부부싸움에서 비롯된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이나 상담센터 전화상담 등 제삼자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81년부터 전화를 통해 일반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사랑의 전화」(대표 심철호·02―703―0675)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을 신청한 1만3천9백56명 중 절반에 가까운 6천7백17명이 부부문제나 가정문제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과장은 『전화상담만큼 많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부부갈등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신과를 찾은 김모씨(30·여)는 남편과의 문제로 심한 우울증에 걸린 경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안마시술소에서 푸는 남편과 처음엔 심하게 다퉜지만 나중엔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 남처럼 지내기를 수개월. 심한 무력감을 못 견뎌 정신과를 찾았다가 우울증 판정을 받았다.
정신과나 상담치료센터에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갈등풀기 작업을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역할 바꾸기」. 소꿉장난하듯 부부가 상대방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시짓기 노래말만들기 결혼계약게임 역할카드게임 등 심리학에 근거해 만들어진 화해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김씨처럼 부부갈등으로 심한 우울 강박 불안증 등 정신질환에 걸린 경우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다.
『선생님이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라며 운을 떼는 부부들에게 의사나 심리학자의 중재역할은 효과가 크다. 장난 같은 프로그램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것도 부부가 중재자를 크게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안 좋다는 것 자체가 넓은 의미의 정신질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오과장은 『환경적으로 △실연을 당한 후 홧김에 결혼을 하는 등 결혼 동기가 다른 데 있었거나 △종교 경제사정 등 가족배경이 너무 다른 경우에 부부갈등을 빚거나 심할 경우 이혼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해당하거나 성격차가 너무 큰 부부는 법원을 찾기 전에 병원이나 심리학자를 먼저 찾아 도움을 받으라』고 권했다.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