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寶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는 불교방송(BBS) 거액 공금횡령과 유용사건인 이른바 '多寶사태'로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8일 서울 견지동 총무원에서 열린 '불교방송 바로세우기 공청회'에서 "종회의 재무감사 결과 지난 한해동안 25억 3천여만이 횡령되고 83억5천여만원이 유용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공개했다.
중앙종회는 "베트남으로 도피한 金선도 경리부차장 등이 할인어음을 회계장부에 기입하지 않거나 받을 어음 할인자금을 지국에 송금한 것처럼 위장하는 등의 수법으로 모두 1백8억8천여만원의 공금을 횡령 또는 유용했다"고 밝혔다.
중앙종회는 이어 "불교방송 사원의 명의로 된 비자금통장이 개설됐다는 혐의를 잡아 관련 당사자들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시인받았다"고 공개한 뒤 "추가조사가 이뤄질 경우 횡령과 유용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중앙종회 사회분과위 위원장 如然 스님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경리부정으로 보기에는 너무 액수가 많다"면서 "이들 자금이 횡령 또는 유용되는 동안 세차례의 방송국 자체감사가 실시됐으나 이같은 부정비리가 제대로 지적되지 않아 고위층과 결부된 모종의 커넥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보사태'란 불교방송이 입주한 다보빌딩과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한보사태가 연관돼 나온 불교계의 신조어로, 이 사건과 관련해 朴鍾夏 불교방송 이사장과 趙海衡 사장이 최근 재단이사회에 사표를 내 수리됐다.
특히 朴鍾夏 스님은 1억원의 공금 유용사실을 최근 시인해 승려신분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불교계 일부는 수사가 진행중인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은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불교방송사태는 단순히 일부 직원의 부정비리인 것으로 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중앙종회는 횡령 또는 유용된 자금의 지출결의서 등이 모두 상무와 사장등 불교방송 최고경영진의 결재를 받았다는 점과 구속된 경리부 직원 金현안씨와 구속후 무혐의로 풀려난 경리부직원 朴지현 씨가 "웃분의 지시에 따라 한미은행 등에 비자금 통장을 개설해 이들 자금을 관리해왔다"고 말한 점등을 들면서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즉 金선도.金현안 씨 그리고 朴지현씨는 '깃털'에 불과하며 거액의 자금을 움직인 '몸통'은 따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공금의 횡령과 유용이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최근 1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중시,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중앙종회 의장선거의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시 朴鍾夏 스님은 의장후보로 출마했다가 현 田雪靖 스님에게 패했었다.
한편 최근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林影潭 스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불교방송공금횡령사건수습대책위원회는 곧 자체 정밀 재감사를 벌여 오는 5월 1일 불교방송 개국기념일까지는 이 사건의 전말을 모두 밝힐 예정이다.
1990년년 5월 1일 개국한 불교방송은 지난 한해동안 이번의 횡령-유용금액과 맞먹는 1백억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으나 결산적자는 오히려 23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