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이 지난 92년 12월부터 여성보호를 내걸고 운영을 시작한 수도권 전철 여성전용칸이 사실상 사라졌다. 여성전용칸이 운영되는 인천∼의정부, 수원∼의정부간 전철과 서울지하철 1호선 전동차의 맨 앞과 맨 뒤 두 칸에는 여전히 여성전용칸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남녀 구분 없이 이용하고 있다.
8일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여성전용칸이 적용되는 오전 6시반∼9시 사이 이 역을 지나는 어떤 전동차에서도 여성전용칸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성보다 남성승객이 많은 경우도 흔했고 자신이 타고 있는 공간이 여성전용칸이라는 것을 아는 남성승객도 별로 없었다. 여성승객들도 여성전용칸임을 아느냐는 질문에 『사실상 이미 없어진 것 아니예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회사원 이모씨(29)도 『바쁜 출퇴근 시간에 열차를 타는 것 자체가 전쟁인데 남녀칸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청 관계자는 『여성전용객차 운영이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잘 돼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여성전용칸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