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막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우리 4남매를 대학까지 가르치셨다. 등록금이 모자라면 친지집을 찾아가 허리를 굽혀 꾸어서라도 꼭 기일내에 장만해 주셨다. 이렇게 등록금 장만에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허리를 펴게 해드리기 위해 막내인 내가 휴학하고 입대를 했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께서 간암으로 입원하셨다는 전갈이 왔다.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시다 끝내병을얻으신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했다.
병원에서 피가 모자란다고 하여 부대장의 배려로 헌혈할 전우 몇명과 함께 특별휴가를 얻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문득 아버지가 평소 토마토를 즐겨 드시던 것이 생각나 청주시에 있는 광장시장에 들렀다. 토마토를 몇개 골라들고 값을 물어보니 가게 아주머니는 『우리 아들도 지난 달에 입대했는데 군인만 보면 다 내 자식같다』며 그냥 갖고가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발길을 재촉하여 병실로 들어섰다. 항암제 주사를 맞고 구역질을 하시는 아버지의 초췌한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솟았다. 우선 들고 온 토마토 한 개를 씻어다 드렸더니 맛있게 드시고는 구역질을 멈추고 내 손을 잡으셨다.
그 뒤로도 아버지는 토마토를 자주 드시고 상태가 좋아져 퇴원, 집에서 요양을 하셨다. 날로 호전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마치 산신령으로서 아버지를 살릴 기적의 영약인 토마토를 준거라고 느껴진다.
지금은 제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버지 대신 막일을 하면서도 기적의 토마토를 건네준 과일가게 아주머니를 잊을 수가 없다.
양승준(충북 청주시 흥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