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발 기다려 주세요. 제가 대학에 갈 때 까지만…. 그때는 데이트 신청해도 되겠죠』
이화여고 김효욱선생님(42·음악담당)은 여학생들로부터 이같은 「간청」을 「귀가 따갑도록」 듣는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수업 짬짬이 김선생님은 「화려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수많은 여자(?)들에게 「시달린」 기억 등. 다만 아무도 선생님의 얘기를 「증명」해 줄 수 없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음악선생님하면 떠오르는 「말랑말랑」한 이미지와는 달리 김선생님은 학생부 담당이다. 키 1m82의 건장한 체격. 매일 깎아도 몇시간만 지나면 얼굴전체를 덮는 수염. 야성미를 「사정없이」 풍기며 테니스 코트를 누비는 김선생님을 아직까지 「노래 잘하는 체육선생님」으로 「철저히」 착각하고 있는 1학년 학생들도 많단다.
학생들이 「터프」한 김선생님에게 붙인 별명은 의외로 「장미」. 선생님 스스로는 꽃잎의 아름다움과 가시의 예리함을 더불어 지녔다고 얘기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장미는 「장(長)거리 미남」의 약자라고.
김선생님의 보물 제1호는 「반지봉」. 교칙으로 금하는 반지를 「죽도록」 끼고 다니는 학생들로부터 압수한 반지 수십개를 지휘봉에 주욱 꿴 것이다.
색소폰은 김선생님의 주무기. 교내 합창단을 이끄는 선생님은 가끔 학생들을 관객삼아 「즉석 라이브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자칭 「케니 김」인 김선생님은 학생들의 신청곡도 받는다. 하지만 『신청곡은 아랑곳없이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만 「하염없이」 연주한다』는 게 학생들의 불만이다.
매년 한두번 김선생님은 「질투의 화신」으로 되살아난다. 5월과 10월 여학생들의 마음이 「봉숭아 꽃잎」빛으로 변해갈 무렵 벌어지는 학교 축제에 꽃을 들고 찾아오는 다른 학교 남학생들은 김선생님 최대의 라이벌이다. 남학생들이 말을 걸어올라 치면 「잽싸게」 여제자들을 빼돌려 모처럼의 「추억만들기」를 여지없이 무산시킨다고. 수업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과 눈을 마주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선생님은 이화동산의 영원한 파수꾼이다.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