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5분다이제스트]칸토/「인간은 미래를 어떻게…」

  • 입력 1997년 4월 15일 15시 59분


<칸토-팔리우 지음/자작나무/6800원> 20세기가 아직 미래였던 시절, 19세기의 사람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하듯 오늘날의 세계를 상상했다. 이들은 산업시대에 만능이라고 믿었던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미래의 안개속을 탐험했다. 「역사의 진화론」을 신봉했던 이들의 20세기 상상도는 「오늘」을 앞지르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상상이 실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자로 잰듯한 정확한 예측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19세기 최초의 과학소설 작가였던 쥘 베른. 그가 작품에서 묘사한 로켓의 발사속도는 아폴로 9호가 3단계 분리될 때 속도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자동 벽보부착기, 육아 담당 로봇, 소리로 듣는 신문, 눈물샘을 갖고 있고 피부의 탄력이 좋은 여자로봇, 심지어 죽음이 없는 세상에서 젊은이와 노인을 구분하기 위해 새로운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 등등. 과학과 기술이 인류의 꿈과 희망을 채워줄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비관론자도 많았다. 이들의 「잿빛 미래상」은 어떤 면에서는 음울한 오늘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듯하다. 책을 읽는 것조차 소름끼쳐 하는 독재자, 사고의 반경을 축소하기 위해 어휘수를 최대한 줄인 신식언어, 방사능 오염 등으로 장애가 된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인 성생활조차 허용치않는 극단적인 합리주의의 득세. 혹 외계인이 상상하는 지구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면 19세기에 그려진 오늘의 초상과 한번 서로의 상상력을 비교해보고 싶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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