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이란 무엇일까.『일상에 파묻히지 않고 자신과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이지요』
작곡가 이건용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말이다. 그가 열두편의 노래를 무대에 올렸다. 14일오후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콘서트 「시심을 찾아서」. 출연자는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소프라노 송광선 테너 김영환, 가수 이미자 송창식 전경옥 등.
성악가와 가요가수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런 경계허물기를 통해 그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중음악과 「진지한」 음악이 서로 「저급」 「허위의식」이라는 눈흘김 속에 가까워지지 못하는 현실을 해소해 보고자 하는 것일까.
김영환이 첫곡으로 부른 「서시」는 언뜻 슈만의 가곡을 연상시켰다. 전경옥이 부른 「슬픈 카페의 연가」처럼 재즈풍이 묻어나는 곡도 있었고 송광선이 부른 두곡처럼 현대적 음악어법이 비교적 짙게 풍겨온 작품도 있었다. 노래들의 다양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전반에 공통분모가 있었다. 연주자들에게도, 「이미자 송창식이 온다」는데 이끌려 구민회관을 찾은 인근 주민에게도, 동료교수의 연주회를 감상하러 온 음악교수들에게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의 끈이 연주회를 통해 시종일관 이어졌다. 음악평론가 이강숙씨(한국예술종합학교장)는 작곡가의 「자유로움」으로 이 음악회를 정의했다. 『그의 노래는 가요도 가곡도 아닌 이건용의 노래일 뿐이다. 「왜 가수는 내 노래를 부르면 안되는가」라는 의식이 이런 자유로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또다른 종류의 자유의식도 이 연주회에서 느껴졌다. 『왜 현대의 작곡가들은 구조와 음색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시심과 낭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되는가』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