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여자들」이 도심을 누빈다. 여자 은행강도와 마피아가 주인공인 액션및 스릴러 영화 「바운드」와 「셋잇오프」.
매혹적 여성이 길을 걸을 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들도 다시 한번 그녀를 본다는 것이 어느 사회심리학자의 말이다. 여성들의 질투섞인 호기심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개봉을 앞둔 「바운드」와 「셋 잇 오프」의 진짜 손님이 남자일지 여자일지 궁금해진다. 강도짓과 레즈비언 섹스를 서슴지 않는, 여기에 섹시한 외모까지 갖춘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 항상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매는 미국 영화제작자들은 이제 근육질의 남자배우 대신 「겁나는」 여자들을 액션의 주인공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19일 개봉되는 「바운드」는 우선 레스비언들의 과감한 섹스 장면이 자극적이다. 지금까지의 누아르가 남성들의 우정 사랑 배신 폭력에 관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누아르의 새로운 버전임을 자처한다.
「쇼걸」의 지나 거손이 전과자 출신의 잡역부 코키로, 「브로드웨이를 쏴라」의 제니퍼 틸리가 정부(情夫)인 마피아를 배신하는 바이올렛으로 등장한다. 같은 아파트에서 눈이 맞은 두 여자는 바이올렛의 정부 시저에게 들어온 마피아의 돈 2백만달러를 가로채 도망치려한다. 그러나 돈을 찾으러온 마피아들을 시저가 죽이는 바람에 두사람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말려든다. 서스펜스와 반전, 감각적 영상이 돋보이는 스릴러다.
「셋 잇 오프」는 네명의 여자 은행강도가 주인공. 모두 흑인이다.
은행강도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해고된 프랭키,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몸까지 팔았지만 어이없는 사건에 휘말려 동생을 잃은 스토니, 아이를 되찾기 위해 돈이 필요한 미혼모 티션, 거칠고 대담한 클레오. 네사람은 은행을 털어 로스앤젤레스 빈민가를 벗어나기로 작정한다.
기관총을 든 채 가발과 선글라스를 쓰고 은행에 침입한 4명의 초보 강도. 납작 엎드린 은행직원들을 협박하며 유유히 돈을 챙겨 빠져나오지만 경찰은 현장의 폐쇄회로TV를 통해 수사망을 좁혀오고….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가미한 액션이다. 26일 개봉.
이 영화들은 남자 주인공의 인간미와 멋을 강조하기 위한 보조장치로만 여성이 출연하는 기존 액션들과는 다르다. 여성 관객들에게는 『여자도 저렇게 멋있고(?) 대담할 수 있구나』하는 카타르시스를, 남성에게는 『여자가 저렇게 강할 수 있다니』하는 또다른 인상을 새길 것 같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