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쇠사슬에 묶인 채 바닥에 배를 쭉 깔고 먼 곳을 응시하는 맹견 한마리. 정확한 명암과 투시, 살아있는 근육으로 우리에게 낯익은 「맹견도」(조선후기 98.5×44.2㎝·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모습이다.
40대전후라면 중고교 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보았던 기억이 남아있으리라. 단원 김홍도 작품이라는 것과 함께.
그러나 이 맹견도는 단원의 그림이 아니다.
최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허균 연구원이 「얼과 문화」 4월호에 「서양화법으로 그린 의문의 그림―맹견도」를 발표했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원복학예연구관이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맹견도가 단원의 작품으로 통하게 된 것은 1910년대 서울 북촌의 한 민가에서 발견된 이 그림에 김홍도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수년전 이 도장이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단원의 작품이 아니라는 설이 정설로 자리잡았다.
발견 당시 국내의 유명화가가 「기교로 보나 품격으로 보나 이 정도의 수작을 만들어낼 사람은 단원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한술 더떠 김홍도의 도장을 마음대로 만들어 찍었던 것이다.
단원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인가. 허씨나 이씨 모두 확실한 결론은 내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우선 서양화풍의 냄새가 짙다는 점에서 추적을 시작하고 있다. 명암법 투시법 등이 바로 그 예. 이같은 서양화법은 영정조 당시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 따라서 낯선 화법의 이 맹견도는 중국에서 서양화법을 배운 조선인이 그렸거나 서양화법을 익힌 중국인이 그려 한국에 유입됐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씨는 여기에 중국에서 활약하던 서양화가일 가능성 하나를 더 들고 여러모로 중국그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그림의 주인공인 개 역시 토종이 아니라는 점도 우리 그림이 아니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