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가 찾은 새 「영웅」의 모습은 이제 헝그리 복서다.
지난 19일 첫회가 방영된 SBS 새 주말극 「아름다운 그녀」(밤9.50)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진 직업은 권투선수. 「모래시계」의 보디가드(이정재)부터 「마지막 승부」의 농구선수(장동건),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2세 경영인(차인표), 최근 「별은 내 가슴에」의 가수(안재욱)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속 「별」들의 직업은 다양하고 화려했다. 뭇매에 펀치드렁크의 후유증까지 겪는 복서는 사실 브라운관 안팎에서 매력적인 직업은 아니다.
이병헌(26).
드라마와 영화에서 청춘스타로 활약했던 그는 세련되고 화려한 직업 대신 글러브를 선택했다.
그는 『작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 이번이 아니면 황준호 같은 인물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배역에 대한 강한 애착을 표현했다.
드라마 줄거리는 만화처럼 단순하다. 준호는 「해결사」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무명의 삼류복서. 세계챔피언이 되어 어릴 때 헤어진 생모를 찾고 돈을 버는 것이 꿈이다. 마침내 챔프의 꿈은 이루지만 그의 몸은 이미 부상의 후유증으로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 그의 「아름다운 그녀」 선영(심은하)은 권투를 포기하라며 눈물을 흘린다.
삐쭉삐쭉 뻗친 「까치형 머리」에 다소 여윈 얼굴로 주먹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뜻밖에도 어색하지 않다. 3개월전부터 스텝과 스트레이트 훅 등 기본적 동작을 속성으로 배운 덕분이다.
『권투요? 글러브를 껴보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힘든 운동인 줄 모를 거예요. 힘든 만큼 준호의 꿈과 야망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1년만에 등장한 「TV무대」는 그에게 비정한 「사각의 링」이나 다름없다. 시청자들이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지 않는다면 인기로 먹고 사는 연기자 이병헌은 「런어웨이」 「지상만가」 등 이미 흥행에 실패한 영화에 이어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 한다.
이병헌은 눈빛이 살아있고 연기가 되는, 몇 안되는 젊은 연기자로 꼽히지만 『아직 화면을 압도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꼬리표로 따라다닌다. 그는 『영화 실패는 안타깝지만 긴 연기인생에는 「보약」이 됐다』면서 『작품만 좋다면 인기는 따라오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