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병종씨,佛서 17일까지 초대전

  • 입력 1997년 4월 21일 09시 19분


한국화가 김병종씨(44·서울대교수)의 붓은 대담하다. 대형화폭을 이리 저리 휘젓고 다닌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필묵이 발산하는 힘과 기가 용솟음친다. 그같은 필묵의 힘으로 새로운 한국화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교수가 올봄 의미있는 작업을 한다. 그는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몽트니에서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파리 보자르가에 있는 갤러리몽트니는 파리에 있는 3백50개 화랑중 A급화랑. 동양권작가로는 김교수를 처음으로 초대했다. 『지난해 프랑스현대미술견본시(FIAC)에 출품한 「생명의 노래」연작이 호평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기운생동한 동양의 미의식을 서구에 인식, 확충시킨다는데 이번 전시회의 뜻이 있습니다』 전시회에는 작가자신이 어린시절 보고 겪었던 말 부엉이 호랑나비 소나무 등이 추상적으로 재구성된 1백∼3백호 대작 20점이 전시된다. 김교수가 직접 제작한 닥판(닥섬유를 분쇄해 만든 닥지판)에 치자물을 들여 우리의 옛장판이나 토담같은 분위기를 낸후 거칠고 강한 먹선으로 골법(骨法)을 살려 그린 작품들이다. 그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서양회화의 논리나 방법에 흡입되는 경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며 『우리 정서가 담긴, 우리만이 구축할 수 있는 고유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땅을 얻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적 재료, 한국적 발상, 한국적 기법을 통해 우리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되 그것이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지역회화가 아니라 보편성과 세계성을 획득해 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외국비엔날레 등에서 인정받고 국내에 들어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최근 일부미술계의 흐름을 「수입 사조」 「설치 신드롬」 등으로 비판한다. 한국의 토속적인 작품으로 여러차례 외국에서 평가를 받고 판매면에서도 성과를 올린 그는 『이번 초대전이 침체돼가는 한국화단과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펴낸 화문집 「화혼을 사르며」(서울대 출판부)에서도 한국화의 발전방향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송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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