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서적을 내팽개치며 번역의 오류를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시 고전은 원서로 읽어야 해』
이런 독자를 위해 김화영교수(고려대·불문학)가 이미 수많은 번역본이 나온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다시 번역해 냈다. 프랑스 프로방스대에서 카뮈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프랑스 카뮈학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그다.
번역에 꼬박 1년이 걸렸고 시지프 신화에 빈번하게 동원되는 「1인칭의 주관성」을 명징한 우리말로 풀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김교수는 대뜸 『수도 없이 읽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책은 정말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지프 신화는 단순한 철학적 이론서가 아니라며 『사적인 감정이랄까, 인간 내부의 뜨거운 목소리가 철학적 논리와 표리를 이루고 있어 이같은 「대립」과 「충돌」의 이중구조를 우리말로 풀어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교수는 『카뮈가 다루고자 했던 것은 부조리의 철학이 아니라 부조리의 「감수성」이었다』며 철학이 논리적 객관적 체계를 겨냥한 것이라면 감수성은 각 개인의 내면적 체험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지프 신화는 말하자면 「철학적 시집」 「철학적 자서전」이라는 것.
김교수와 카뮈의 인연은 「부조리한 세계」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시작된다.
카뮈가 이책을 쓴 1942년은 카뮈의 쌍둥이 아들 딸이 태어난 해이며 또한 김교수가 출생한 해이기도 하다.
김교수는 카뮈가 마지막 저작생활을 했던 루즈마랭과 가까운 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그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했다. 그는 「비록 비천한 것이라도 육체는 나의 유일한 확신」이라고 믿었던 카뮈와 같은 햇살을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자, 이제 더이상 형이상학이나 실존주의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없겠지만 「존재의 낯설음」에 절망하던 그 시절의 진지함으로 한번 되돌아가 보지 않으려는가.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