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깊게 파서 일군 뒤 꽃씨를 뿌리고 꼭꼭 밟아주세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2차아파트 앞길. 반원초등학교 5, 6학년 어린이 23명은 특별활동반 명예교사인 서형숙씨(39·한살림 이사)의 설명에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모으며 귀를 기울였다.
서씨는 주부명예교사로 특별활동반인 환경보전반을 3년째 지도해왔다. 서씨는 이날 어린이들과 함께 거리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보았다.
거리 인도의 보도블록을 떼어내고 심은 가로수 주변 흙으로 덮여 있는 부분에 꽃씨를 심고 안내팻말도 붙였다. 지난해에는 어린이들이 가로수밑에 들꽃을 옮겨 심었다가 구청직원들이 잡초인줄 알고 모두 뽑아버려 아이들을 서운하게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아예 구청측에 미리 협조를 구했다.
어린이들은 흩어져 찻길 옆 개버즘나무 가로수 밑 흙을 꽃삽으로 일구고 샐비어 채송화 과꽃씨를 뿌렸다. 「꽃씨를 뿌렸어요. 밟지 말아주세요」라고 색연필로 쓴 안내문에 화단을 가꾼 어린이의 이름과 함께 사진이나 그림도 넣었다.
2년째 같은 반에서 특별활동을 해온 박형철군(6학년)은 『환경보전반이 「쓰레기 줍는 반」인줄 알고 처음에는 가입하지 않으려고 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한강둔치에서 메뚜기 잡기, 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다 자전거 타기, 재생비누만들기 등 매시간 환경보호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경험한 뒤 『이제는 정말 재미있고 보람있다』고 자부한다.
『선진국에서는 가로수 밑의 공간을 전부 무성한 화단으로 가꿔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중한 흙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요』 서씨는 작은 거리 화단 만들기의 뜻을 이렇게 강조했다.
〈박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