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내멋에 산다]스톰마니아,머리서 발끝까지 통일

  • 입력 1997년 4월 22일 09시 14분


「스톰마니아」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재작년 여름 닉스(NIX)진으로 한창 날리던 태승트레이딩은 15∼20세를 주된 타깃으로 「292513〓STORM」이란 새 브랜드를 내놓았다. 그후 TV에 서태지 김원준 이상민 등이 입고 나오면서 중고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스톰 폭풍」이 한바탕 휘몰아쳤다. 중학생인 K와 L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톰마니아. 두 남학생은 몇 달에 한번씩 서울 성수동 스톰디자인실에 찾아온다. 언제나 직접 만든 몇 페이지짜리 노트를 손에 든 채다. 노트에는 스톰 경쟁브랜드들의 옷 가방 구두 액세서리 모자가 빼곡히 그려져 있다. 백화점과 거리의 패션매장을 샅샅이 둘러보며 시장조사를 하고 친구들에게 설문을 돌려 만든 것. 스톰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인 K와 L은 노트의 마지막장에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스톰 옷들을 정성스레 그려넣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돈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니고 이 모든 게 그저 스톰이 좋아서다. 이화여대앞에서 만난 승원이(고2)도 만만찮은 스톰마니아다. 나팔바지 일자바지 셔츠 넥타이 카디건 잠바 폴라티셔츠 스웨터…. 옷장에는 스톰 옷밖에 없단다. 친구들과 가끔 매장에 들러 새로운 옷이 뭐가 나왔는지 확인해본다. 『옷이 깔끔하고 색상도 맘에 들어요. 스톰이 나오자마자 옷을 전부 스톰으로 통일했어요』 승이(중2)도 일주일에 한두번 청량리로 쇼핑을 갈 때 스톰매장을 꼭 찾는다. 바지 티셔츠 가방 벨트가 스톰 것. 사은품으로 주는 배지와 게임기도 여러개 모았다. 『애들한테 스톰이 인기가 많은데 비싸서 잘 사입지 못하죠. 동대문시장에서 「스톰있어요」하면 똑같은 상표가 붙은 가짜를 꺼내주거든요. 10만원짜리바지를그런데서 2만원정도에사서입는애들도많아요』 승이는 컴퓨터통신에 스톰 옷과 배지에 관한 글을 곧잘 올린다. 채팅실에 가끔 「스톰방」이 뜨기도 한다는데 아직 들어가보진 못했다. 스톰 앞으로 무작정 편지를 보내는 중고생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보내는 사람」에는 「스톰을 사랑하는 팬」이라고 적혀있기 일쑤. 옷만 인기있는 게 아니다. 카탈로그를 찍은 모델들에게도 하루에 대여섯통씩 팬레터가 온다. 모델 송승헌과 소지섭은 그 인기를 몰아 아예 TV탤런트로 나섰을 정도. 이러한 스톰 폭풍은 대체 어디서 발원한 걸까. 『중고생들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트렌디한 것을 곧바로 받아들여 옷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스톰측의 자평이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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