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가 조흥동씨 무용 서사극 「귀천」공연

  • 입력 1997년 4월 23일 09시 07분


「네가 멀리 떠나간 후/나는 4월이 싫어졌다/천지가 붉게 물들어/꽃방석을 펼쳐 놓아도/나에게 또 다시/4월은 오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한국무용가 조흥동씨(56·한국무용협회 이사장)가 자식을 잃은 아픔을 한 편의 춤으로 형상화시켰다. 26, 27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되는 무용서사극 「귀천」은 바로 2년전 이맘때 교통사고로 숨진 막내딸의 얘기. 조씨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쓴 이 작품은 「비가」 「천도」 「귀천」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막이 오르면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 가스폭파현장, 병상에서 신음하는 환자, 화장터 등의 영상이 바이올린과 아쟁의 애잔한 선율위에 펼쳐진다. 뒤이어 노란 장미꽃을 한아름 안은 아버지의 절규하는 몸부림이 허공을 찢는다. 조명과 큰 천으로 표현한 마지막 부분의 길가름은 한맺힌 어린 영혼을 하늘로 천도하는 의식. 한국 춤의 근본인 정(靜) 중(中) 동(動)에 기조를 두었고 양악과 국악이 혼합된 불교적 분위기의 배경음악을 골랐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신하고 나래를 채 펴지도 못하고 이승을 떠난 어린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1년의 준비끝에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마음이 정리안돼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자식잃은 부모 심정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로 다그쳤습니다』 그는 딸애를 하늘로 보내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다고 했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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