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1888∼1968). 소설 「임꺽정」의 작가. 일제하 신간회 설립에 참여하며 항일운동 전개. 해방후 월북.
그리고 소식이 끊겼다. 전쟁의 참화가 반도를 할퀴고 지나간 뒤 남쪽에서는 벽초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온시됐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 450의 1. 벽초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대지 1천36평, 단아한 자태를 머금은 전통한옥. 1728년에 지어진 이 집은 1919년 이씨가문 재산으로 바뀌었다. 서울에 사는 집 주인은 최근 청주의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12억원대에 건물과 땅을 내놓았다. 한 건축업자가 아파트를 세울 요량으로 관심을 보였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매각 움직임이 표면화하자 충북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지난 16일 「홍범식 홍명희 생가보전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벽초 생가가 갖는 역사적 가치에 주목, 『충북도나 정부가 이 집을 사들여 보존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독지가라도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벽초의 부친 홍범식은 조선말기 금산군수로 일하다 한일합방 소식을 듣고 분연히 자결한 인물. 지난 62년 건국훈장을 추서받았다. 1919년3월 홍명희는 선친의 생가이기도 한 이곳에서 지역 선후배들과 함께 「괴산만세운동」의 계획을 짰다.
벽초생가는 중부지방의 대표적 건축양식인 정남향에 좌우대칭의 평면을 가진 구조. 조선 후기 사대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는 게 학계의 평가. 지난 84년 중요민속자료 제146호로 지정됐지만 재산권 행사 등을 이유로 한 소유주의 진정이 받아들여져 지난 90년초 문화재 지정이 해제됐다.
운영위원장인 김승환충북대교수는 『사상과 행적에 대한 평가는 접어두고라도 그가 한국근대문학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점은 인정해야 한다』며 『독립운동사나 건축사적 관점에서도 생가가 보존돼야 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집의 본채는 비어 있고 사랑채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다.
〈박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