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음의 나지막한 발걸음과 오르간의 어두운 화음 위로 슬프디 슬픈 현의 선율이 깔린다. 음악팬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다.
그러나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1674∼1745)는 이 곡을 듣고 야릇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내 「트리오 소나타」중 한곡의 선율과 닮았군. 하지만 나는 절대 이런 곡을 쓴 일이 없어』
알비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당연한 일이다.
이 곡은 음악학자 지아조토가 2차대전 뒤 알비노니의 선율을 토대로 지어낸 위작(僞作)이기 때문. 알비노니는 남의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음악사의 최대 아이러니중 하나다.
최근 「서자」격인 이 「아다지오 g단조」가 알비노니의 진짜 작품들 사이에 나란히 서게 됐다. 이와 함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알비노니의 「진짜」아다지오들도 환한 조명을 받게 됐다. 음반사 에라토가 내놓은 「알비노니 아다지오」음반. 클라우디오 시모네의 지휘로 실내악단 이 솔리스티 베네티가 연주했다. 알비노니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느린 악장 23개를 모았으며 음반 첫머리에 등장하는 곡이 지아조토의 g단조 아다지오다.
이 음반에서 「아다지오 g단조」는 지금까지 연주되던 모습과 사뭇 다르게 들린다.
바로크시대 연주스타일의 재현 붐에 힘입어 이제까지보다 훨씬 작은 편성 및 빨라진 템포로 연주되고 콘티누오(통주저음)의 즉흥연주까지 집어넣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곡은 「어차피 정통 바로크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 유장한 낭만파 스타일로만 연주돼왔다.
적자(嫡子)인 형들 틈에서 바로크식 새옷까지 갈아입은 「g단조」아다지오. 뒤늦게 받게 된 대접에 새삼 볼을 꼬집어보게 됐다.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