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카니발, 독일 뮌헨 맥주페스티벌, 영국 에든버러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지구촌 놀이마당. 지역 특성에 충실하면서도 인류 문화의 보편적 정서를 살뜰히 담아냈다.
국내에도 각 고장을 대표하는 문화축제가 있다. 어림잡아 4백여개. 주민노래자랑이나 미인선발대회는 단골 메뉴. 천편일률적 내용으로 짜여지다 보니 「동네잔치」 수준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문화체육부가 전통문화축제의 세계화 작업에 나섰다. 월별 지역별로 「관광 상품성」이 두드러지는 10개 축제를 선정,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도와주고 예산도 지원한다. 해외홍보와 패키지 국제관광상품 개발은 관광공사가 책임지게 된다.
스타트를 끊는 축제는 5월13일 개막되는 남원춘향제. 그 뒤를 이어 △강릉단오제(6월7∼11일) △진도영등제(7월20∼22일) △청자문화제(강진·9월2∼7일) △금산인삼제(9월5∼9일) △이천도자기축제(9월26일∼10월5일) △안동탈춤축제(10월1∼5일) △남도음식문화제(낙안·10월1∼7일) △부산자갈치축제(10월6∼9일) △백제문화제(공주·10월9∼12일)가 「국제 경쟁력」을 시험받는다. 행사 이벤트가 개최지 전통에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데다 풍습 풍물도 외국인에게 어필할만 하다는 분석.
이중에서도 청자문화제와 안동탈춤축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고려청자와 탈춤은 이미 한국상징 문화로 지명도가 높기 때문. 청자문화제의 경우 박인배민예총기획실장을 기획 책임자로 초빙, 강진이 「고려청자의 메카」인 점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청자가마기원제와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청자빚기 현장체험 등 방문객이 직접 즐기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안동탈춤축제에서는 국내 15개 탈춤무형문화재와 외국 탈춤이 경연을 벌인다. 세계 각국에서 갖가지 모양의 탈이 한곳에 모이는 전시회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행사 관계자는 『예술공연의 특성을 지닌 한국 탈춤은 문화적 흡입력면에서 파티형식의 오락인 서양 가면무도회를 압도한다』며 『안동 하회마을을 세계 탈문화의 중심지로 부각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10개의 지역축제중 과연 몇개나 국제페스티벌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홍보를 시도한 이천도자기축제에는 일본과 동남아에서 3백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들러 미미하나마 성공의 싹을 틔웠다. 축제 주최측은 민박과 교통편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가족 단위로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