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천상병 김춘수 백남준 육완순 백건우 안성기 황신혜 이승연…. 이땅의 내로라 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5월6일부터 24일까지 서울마포구서교동 녹색갤러리(02―323―4941)에서 열리는 김영태소묘전. 타이틀은 「예술가 초상 90인」.
이 전시회에는 시인이며 화가며 무용평론가인 김영태씨(61)가 30년 넘게 그려온 문화예술인 인물스케치 90점이 전시된다. 작가 화가 무용가 음악가 배우 탤런트 등….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
지난 61년 홍익대서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민음사」 「문학과지성사」의 시집에 시인들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백점 정도의 인물스케치를 그렸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이들 스케치중 작가 자신이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그동안 많이도 그렸는데 대부분 없어졌어요. 본인들이 달라고 하는데 어쩔 수 없더군요』
김씨는 지금까지 여섯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지만 인물들만을 모은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 김씨의 인물스케치는 그 사람의 두드러진 면을 잡아 이를 중점적으로 그리는게 특징.
그는 『오래전부터 이같은 전시회를 가져보고 싶었지만 모든 작품에 액자를 하자면 돈도 많이 들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마침 갤러리측에서 제안이 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는 주로 피아노와 발레하는 여자, 인물스케치를 그려 왔다. 대부분이 먹과 펜으로 그린 것들로 여백이 많다. 캔버스의 중앙에 인물이나 정물을 그려넣고 나머지 많은 공간을 하얗게 비워둔다. 그는 『여백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 여러부문을 섭렵해온 그는 지금까지 40권의 책을 펴냈다. 시집이 15권이고 산문집이 9권, 평론집이 8권, 소묘집이 7권, 자료집이 1권이다.
요즘 그는 혜화동의 사무실에 나간다. 공연을 보고와서 평론을 쓰고 이곳에서 학생들도 가르친다. 동덕여대와 중앙대대학원무용과학생들이 일주일에 각각 한차례씩 무용음악론을 배우러 온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문학실기」를 가르친다.
부인과 두아들을 미국에 둔 그는 『글쓰고 공연보고 학생들 가르치는데는 혼자 사는 게 오히려 편하다』며 『잠자는 시간만 빼곤 계속 움직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