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공 이삼평 공주기념비 비문 역사왜곡』

  • 입력 1997년 5월 4일 08시 47분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붙잡혀간 조선 도공 李參平(이삼평)의 기념비 비문내용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어 시급히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삼평은 일본으로 끌려가 사가현(佐賀縣)아리타(有田)지역에서 처음으로 도자기 생산에 성공, 일본 도자기의 시조로 추앙받는 인물. 1917년 일본인이 아리타지역에 세운 「이삼평공 기념비」와 지난 90년 한국도자기문화진흥협회와 일본의 이삼평공기념비건설위원회가 이를 본떠 충남 공주 계룡산입구 박정자공원에 세운 「일본자기시조 이삼평공기념비」가 있다. 공주 기념비엔 「이삼평공은 임진정유란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등의 내용이, 일본 기념비엔 「정한(征韓)할 때 일본을 도와…」 등의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이 대목이 바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다. 90년부터 비문 내용 정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삼평도공 비문정정추진위원회」의 이풍용위원장(60)은 문제의 대목을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일본으로 끌려가」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당시 조선 공인들을 잡아올 것을 명령한 기록으로 보아 이삼평은 스스로 건너간 것이 아니라 강제로 끌려간 것이며 △왜란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야 침략의 주체가 명확해진다는 점. 또한 일본 기념비문중 「정한」 등의 표현은 당시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일본땅에 세운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땅에 버젓이 서 있는 역사왜곡 기념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위원장은 지난 90년부터 문화재관리국 국사편찬위원회 공주시 등에 비문 정정을 요구해왔으나 관련기관은 비문내용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기념비를 세운 한국도자기문화진흥협회가 내용을 정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도자기협회는 한일간 외교 마찰이 우려되고 이삼평이 끌려갔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비문 정정을 외면하고 있다. 이위원장은 『도자기협회 인사들이 매년 5월4일 일본 아리타에서 열리는 도조제(陶祖祭)에 참배하는 것도 민족정기 훼손』이라며 도조제 참배 반대운동도 벌여오고 있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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