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어미」. 「어머니」하면 한없이 고맙기만 한 어머니가 떠오르는 반면 「어미」는 보다 본능적이고 끈끈한 느낌을 준다.
일본 최고의 연출자로 꼽히는 기무라 고이치(木村光一·66)의 「어미」는 「새끼」에 대한 본능과 인간으로서의 이성 사이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김금지씨의 모노드라마로 지난 2일부터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이 작품을 연출한 그는 『어미의 본질과 양면성을 담아봤다』고 말했다.
82년 기무라가 기획,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에게 의뢰해 대본을 만든 「어미」에서 주인공은 삼류 유랑극단 단장 겸 여배우다. 빚에 몰린 극단을 살리기 위해 「개처럼」 살면서 갓난아이까지 버린다. 20년후 아들은 연예계 스타가 되지만 어미는 자식앞에 나서기를 거부한 채 자신의 아픈 사연을 모노드라마로 공연한다는 극중극 형식을 띠고 있다.
『작품속의 어미는 연극이라는 단 하나 남은 수단을 통해 자신을 추스르며 사는 인물입니다. 곧 사악한 현대사회 속에서 어미의 복권을 꾀하는 인물이지요』
그는 자식의 입장에서 볼 때 어미란 고맙고도 거추장스러운 존재라며 『특히 「뒷방 노인」과도 같은 어미와 단절됨으로써 오늘의 위치에 올라선 지식인의 모순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31일까지. 02―720―6157
〈김순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