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남편, 이역만리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홉살배기 아들, 보이지 않는 창살에 막혀 남편곁을 지키지 못하는 아내…. 소설가 황석영씨의 부인인 재미무용가 김명수씨(44). 그가 민족분단과 이에 따른 가족의 단절을 그린 전통무용작품을 미국 뉴욕에서 공연중이다. 10일까지 뉴욕의 베시 쇤베르크극장에서 공연중인 「굿춤 97」. 「망명자의 폐허, 그리고 재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을 통해 김씨는 정치적 박해의 대상이 된 한 가족의 해체, 자신이 겪고 있는 망명생활의 고통과 한, 안식을 찾으려는 절박한 소망을 춤의 숨결로 재현해 내고 있다.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 전통춤들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고(故) 윤이상씨의 가곡과 박병천의 「손님굿」 등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무속적 분위기를 풍기며 한의 정서를 풀어낸다.
김씨는 이화여대 무용과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후 인간문화재인 이매방 고 이동안 김숙자씨 등 한국무용의 대가에게 전통춤을 전수받았다. 83년 미국으로 건너가 마사 그레이엄무용학교에서 수학했다. 86년 황석영씨와 결혼한 뒤 91년 북한을 방문, 평양무용단 피바다가극단과 공연했으며 92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