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휴대전화기 가격은 날개가 없다」.
이동통신 단말기 가격에 정가가 없어지고 있다. 정가파괴가 대유행이다. 판매가는 80만원선에 매겨져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은 20만∼30만원선이면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
20만원대인 시티폰은 10만원 안팎에 구입이 가능하다. 하반기부터 등장할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값은 시티폰과 휴대전화기 중간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이동통신 단말기에 딱히 정해진 값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모토롤라 휴대전화기 1달러」라는 선전 문구를 거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4개 휴대전화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은 장난감 휴대전화기 값이 일반 휴대전화기 값보다 비싸다. 노키아 휴대전화기나 PCS단말기를 1만원 안팎에서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기에 정가가 없는 것은 이동통신의 중요 자원인 주파수가 갖는 특성에서 비롯한다.
한번 주파수가 정해지면 그 주파수에 실어나르는 정보의 양이 늘어도 비용은 따라 늘지 않는다. 비행기가 승객을 10명 안팎으로 태우고 가나, 정원을 꽉 채워 뜨고 내리나 비행기 운항에 드는 비용에 큰 차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한마디로 주파수는 재고가 쌓이지 않는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그때 주파수를 쓰지 않으면 공중에서 사라져 버린다. 호텔방이 오늘 비어있다고 해서 내일 팔 수 있는 방이 하나 더 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들이 같은 주파수에 보다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단말기를 싼 값에 뿌리는 것도 주파수의 활용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싸게 나오는 단말기에 특정 이동통신 회사의 서비스를 1년이상 이용하는 조건이 달려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서비스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휴대전화기 값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서비스 업체는 가입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전화기 값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장비업체들은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적정한 값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튼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단말기값은 바닥을 모른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