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삐삐(무선호출기)」천국이다.
국내 무선통신시장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면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단연 「삐삐」다.
15일 현재 삐삐 가입자는 무려 1천3백60여만명에 달한다. 인구 대비 보급률 30%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길거리 어디서나 초등학생부터 가정주부까지 갖고 다니는 삐삐의 호출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20, 30대의 젊은 직장인 중에는 양 옆구리에 「업무용」 「개인용」 쌍삐삐를 차고 다니는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다. 좋든 싫든 삐삐가 생활 필수품이 되어 이제 웬만큼 필요한 사람들은 다 차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제 삐삐 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을 잃고 여기서 신장을 멈출 것인가. 위기론자들은 하나같이 삐삐는 팔 만큼 충분히 팔았으므로 앞으로 시장성은 별볼일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관련업계에서는 삐삐가 새로운 변혁기에 놓여 있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새로운 신장 가능성을 점친다.
삐삐는 이미 「단순한 호출 기능」에서 벗어나 「가장 작은 정보 단말기」로의 화려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삐삐 단말기와 서비스업체간에 불꽃 튀는 차세대 삐삐 개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 미국 모토롤라에서 지난해 선보인 쌍방향 호출 서비스가 내년 상반기쯤 국내에서 시작되면 삐삐를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를 삐삐 친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게 된다. 쌍방향 호출 서비스는 노트북PC나 자동차를 도난당했을 때 특수 장치된 삐삐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과 미아찾기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해피텔레콤이 5월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 올 하반기 서비스업체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고속무선호출」서비스를 들 수 있다. 많은 양의 문자를 보낼 수 있어 뉴스속보나 주식 시황정보, 은행입출금 통지, 외국어회화 학습 등의 부가 서비스는 물론이며 앞으로 PC통신이나 인터넷 전자우편과 간단한 팩스를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이밖에 명함관리 계산기 외국어사전 등의 전자수첩 기능이 덧붙여진 삐삐 단말기, 지구촌 어디에서나 호출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호출」 서비스,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산간벽지 호출 서비스도 앞으로 널리 이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종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