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아빠는 호미 들고 밭매러 가고 돌이만 혼자 덜렁 남았다. 심심해 못견딘 돌이. 『얘들아 놀자』 염소 고삐도 풀어 주고 토끼장도 열고 닭장 돼지우리 외양간 문을 모두 따준다. 펄쩍펄쩍 깡총깡총 푸드덕푸드덕…. 신이 난 동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고추밭 감자밭 무밭 배추밭을 엉망으로 망가뜨린다. 덜컥 겁이 난 돌이. 『앙앙앙. 난 몰라』
울다 울다 지친 돌이. 나무 그늘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매앰 매앰 스르르르…. 자장가라도 되는듯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귀를 간지른다.
어린 시절 한 여름날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되살린 「심심해서 그랬어」(보리·6,800원). 수채화로 그린 산뜻한 여름풍경 속에 가축들과 채소에 대한 「공부」가 살짝살짝 숨어 있다.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니며 세밀하게 그림에 담느라 그리는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큰 스승 소득이」(서광사·5,000원)는 요즘 세상의 눈으로 보면 왠지 모자라 보이는 「옛날 옛적」 사람들의 이야기. 부모도 없이 서당에 얹혀 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소득이. 그가 사실은 마을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훈장님의 「큰 스승」이라는 이야기. 사람들 주변을 항상 기웃거리며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하는 짓궂은 도깨비 이야기. 남을 부러워하는 마음 때문에 정작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팽개치고 한눈을 파는 어리석은 어른들 이야기…. 영악하기만 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한번 들려주고 싶은 순박하고 따뜻한 이야기 12꼭지. 윤승운의 그림은 언제봐도 킥킥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