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키드 북 포럼]내가 좋아하는 자동차(전3권)

  • 입력 1997년 5월 17일 09시 37분


강보에 싸인 갓난 아기도 밖에 나가면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좀체 시선을 떼지 못하는 자동차. 부릉부릉 털털털 굴렁굴렁…. 자동차는 어린이의 친구다. 어린 시절 마을에 자동차가 나타나면 우르르 몰려가곤 했던 아이들. 포장이 안된 신작로를 달리는 완행버스에 고사리 같은 손이 코스모스처럼 하늘거린다. 가슴 한쪽이 찡하게 아려오는 추억속의 한 장면. 승객들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그러나 어린이들의 인사가 승객들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동차에 하는 것인지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글자는 못읽어도 그림책의 그림은 줄줄줄 읽는다는 어린이들. 이들 곁에 「털털털 굴착기」 「삐뽀삐뽀 불자동차」 「부릉부릉 트럭 삼형제」가 찾아왔다. 비룡소가 펴낸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 시리즈(전3권).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따라 자동차를 쫓아가다 보면 제각각인 자동차의 생김새와 쓰임새에 『아하!』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울퉁불퉁 못생긴 굴착기도, 몸집 자그마한 발바리 용달도 다 훌륭한 제몫이 있다. 친구 같고 가족 같은 자동차가 조금씩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커가는 어린이들의 성장과정과 겹쳐진다. 힘은 장사지만 동작이 굼뜬 굴착기가 털털털 길을 간다. 뒤따르던 트럭이 길을 비키라고 성화다. 『이봐. 힘만 세면 뭘해. 짐도 실어나르지 못하는 주제에…』 트럭이 부웅 굴착기를 추월하자 이번엔 날씬한 승용차가 바짝 약을 올린다. 『느림보 굴착기, 안녕. 빨리 달리는 데는 내가 최고야』. 쌩 앞질러간다. 이어지는 굴착기의 한탄. 『아, 나도 짐칸이 있었으면…. 아, 나에게도 날렵한 바퀴가 달렸으면…』 교통사고 환자를 실은 구급차도 앞서가며 굴착기에게 야단친다. 『빨리 저리 비키지 못해』. 굴착기는 털털털 자신을 한탄한다. 『난 쓸모가 없어』. 바짝 풀이 죽은 굴착기.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어서 도와줘!굴착기』. 산에서 바위와 흙더미가 무너져 내려 앞서가던 차들이 옴짝달싹못하고 있다. 굴착기가 씩 웃으며 바위덩어리를 번쩍 들어올려 치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환성. 『와. 굴착기가 최고야』. 우쭐해진 굴착기. 털털털 여전히 느릿느릿한 걸음이지만 신바람이 난다. 각권 5,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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