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본 동경에 공부하러 가 그곳에서 함께 살 때 『수학여행으로 당신 나라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동네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이 서울을 다녀온 후 『어떻더냐』는 남편의 질문에 그 학생은 잠시 거북해 하더니 『길에 다니는 사람들 얼굴이 모두 (몹시 망설이다가) 「야쿠자」같아요』라고 말했다.
대충 험악하고 무뚝뚝한 표정이더라는 뜻이었겠다.
그러나 내가 본 도쿄나 뉴욕 파리에서도 길을 걷는 사람들이 유난히 환하고 다정한 표정을 한 것도 아니었고 혼자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한국인의 표정이라….
버스에 앉아 차창 너머 서울 중심가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새삼스레 찬찬히 살펴본다. 그냥 무표정하고 어디를 가는지 바빠할 뿐 특별히 험상궂은 얼굴은 아니다. 차창에 비치는 그저 그런 내 얼굴처럼…. 실성하지 않고서야 혼자서 괜히 미소지으며 걷는 사람도 없겠고.
문제는 타인과 눈이 마주쳤을 때다. 특히 엘리베이터나 화장실 입구, 골목이나 복도같이 좁은 공간에서 시선이 마주치면 우리는 대부분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그냥 눈을 돌린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누가 들어오면 들어온 그 사람이나 먼저 안에 있던 사람이나 약속이나 한듯 서로 외면한 채 시선을 위로 돌려 층수표지등만을 멋쩍게 주시하는 것이 우리의 풍경이다. 서양에서는 대개 그런 경우에 말없이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건넨다. 일본에서도 그랬다. 우리는 남과 시선이 마주쳤을 때 눈길을 비키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오히려 실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남자들이 시비 걸 때 「뭘 봐」로 시작하는 것, 어른들이 손아래 사람을 야단칠 때 「어른한테 눈 똑바로 뜨고 대든다」고 몰아세우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분명히 그 일본학생은 복잡한 서울거리를 걷다가 어떤 사람과 몸을 부딪치고서 그와 빤히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찌 어찌하여 일단 한번 친해지면 백팔십도로 표정이 바뀐다. 그때는 볼 때마다 시선을 맞추고 미소를 짓지 않으면 「뭔 일로 틀어졌나」라고 생각한다. 가까워지면 이쪽에서 거리 조정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친해진 동네 아주머니한테서 이런 질문도 받게 된다.
『그래 그 드라마 쓰고 얼마 받았수?』
대답을 안했더니 상당히 섭섭한 얼굴로 눈을 흘긴다.
최연지〈방송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