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도매업을 하는 K씨(43·서울 도봉구 쌍문동)는 요즘 통 잠을 못이룬다. 벌써 2주째. 어쩌다 잠이 들어도 2시간만 지나면 두 눈은 다시 말똥말똥해진다. 뒷목이 땅기고 머리도 아프다. 얼마전 6천만원 어음을 막지 못했던 그였다.
M씨(38·은행원·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은행의 감원열풍에 신경이 곤두선다. 감원 스트레스는 「고문관」이라 찍혀버린 그에게서 근로의욕까지 빼앗아 갔다. 생각같아선 「확」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좀체 잠이 오질 않는다.
종합병원의 수면클리닉이 최근 환자들로 북적대고 있다. 부도 임금체불 감원 매출저하 명예퇴직 등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
고려대 안암병원 수면클리닉의 경우 환자의 숫자가 예년에 비해 30%정도 늘었다.
대부분 단순한 수면장애가 아니다. 스트레스에서 오는 불안 초조 우울 의욕감퇴가 동반된다. 서울대의대의 경우 신경정신과 개방병동 침상 23개 중 4, 5개를 불면증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개인 병의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黃光敏(황광민·38·서울 강북구 번동)씨는 『최근 부도 등의 이유로 불면증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불경기로 남편의 사업이 부진하자 덩달아 잠못이루는 부인들도 적지 않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불면증클리닉 鄭道彦(정도언·46)교수는 『「오늘도 잠이 안오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버리고 짧은 시간이라도 깊은 잠을 자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날 잠을 못이뤘다 해도 항상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지키는 것이 불면증 해소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