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주인은 시청자인가 시청률인가.
지난 25일 이 프로는 누드모델로 활약중인 재미교포 이승희를 무대에 세운 「이승희 스페셜」과 「이경규가 간다」를 방영했다.
이승희는 『너무 환대해줘 고맙다』며 모국의 「놀라운」 반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답례는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진솔한 소개와 휴먼스토리, 또는 건강한 웃음이 아니었다.
이경규 김국진 김용만 등 세 MC는 성(性)을 상품화하는 말장난과 상대방에 대한 무례로 일관했다.
두 MC는 인터뷰를 가장해 출연자 모르게 어깨와 무릎 등 신체부위를 만지면 점수가 올라가는 「터치 펀치」게임을 시작했다. 인권침해 가능성 때문에 자취를 감췄던 코너가 예쁜 여성누드모델 출연을 계기로 부활한 것이다. 두 MC는 1백점이 주어지는 이승희의 볼을 꼬집기 위해 애를 썼고 급기야 이승희의 무릎에 손을 올려놓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
자극적이고 야릇한 대사로 일관하던 이 프로는 불과 몇초사이 「양심의 수호자」가 된다. 「이경규가…」 코너에서 우산 1백개를 무료로 빌려주고 몇개가 회수되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우리의 양심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진행자는 30%의 우산과 함께 양심도 회수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경규는 『일본에서는 100%가 회수됐다』고 주장했지만 시청자는 언제 어떻게 조사된 것인지 정확한 전후사정을 알지 못한다. 우산을 반납하지 않은, 또는 이 코너를 통해 신호나 차선을 지키지 않은 많은 운전자들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비양심」적 존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일요일…」의 세계는 양심과 비양심이 있는 2분법의 세계만이 존재한다. 제작진이 이승희와 그를 지켜본 시청자에게 저지른 행태는 양심적이었다고 자부하는 것일까.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