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아래 쏟아지는 시선, 수많은 관람객 앞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당당한 모습, 그 목소리에 힘과 자신감이 가득하다.
내레이터 모델(도우미)은 각종 전시회에 빠질 수 없는 감초. 높은 보수와 화려한 이미지 때문에 요즘 신세대에게 인기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도우미 교육을 거쳐 현장에 뛰어드는 10대가 제법 많다. 재학중에 학원에 나가는 과감한 10대도 있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황은영양(18)은 대학을 포기했다. 「못」간게 아니라 「안」갔다. 상업계 여고 출신으로 서울의 모전문대 컴퓨터공학과에 특차로 붙었다. 내신 「1등급」에 워드프로세서 정보처리기능사 등 자격증까지 따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로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아 등록금을 안냈다. 대학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장 1m78. 유달리 큰 키 때문에 어릴 때부터 「패션 모델이 어울리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이것이 장래희망으로 굳어졌다. 도우미도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과정. 꿈을 이루기 위해 고3때 도우미학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고 1기로 수료했다.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면 다른 길은 과감히 포기하라』는 게 모델을 지망하는 1318들에게 하는 충고. 하지만 『「짧은 치마」에 대한 육감적인 환상은 버려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화려함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는 버티기도 힘들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올해 대학생이 된 이경란양(18·성균관대 생활과학부).
『대학은 부모님과 학교에서 가라고 해서 갔을 뿐』이라고 짤막하게 말한다. 전교 3등을 했고 수능시험 성적이 좋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은 그녀의 관심 밖. 학교 생활과 직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강의가 없는 날과 주말을 이용해 전시장에 서지만 공부를 할 시간도,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별로 없다.
이양은 어학 연수를 1,2년 갔다온 후 국제회의 전문도우미가 되는 것이 소망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잡지 광고모델로 활약한 고은영양(19)은 한달에 보통 25일 이상을 행사장에서 산다. 전시회 기간에 주로 주말이 포함되기 때문에 남들처럼 한가하게 보낼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
하루종일 서서 큰소리로 떠들어야 한다. 몹시 고되다. 관람객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별의별 질문이 다 쏟아지기 때문에 제품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고양은 『일을 안하면 몸이 더 아프다』고 말한다. 이미 프로가 됐다는 뜻일까. 전문 도우미도 프로의 세계다. 남다른 각오없이 성공하기 힘든 전문직업임을 갈수록 뼈저리게 느낀단다.
〈홍석민기자〉
◇ 도우미가 되려면 ◇
바야흐로 「도우미 시대」다. 보신탕집 개업 팜플렛을 돌리는 데도 도우미를 찾는다. 제품을 소개하고 파는 직업. 불경기가 심할수록 도우미는 상종가다.
각종 전시회와 신제품 판촉행사 때문에 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도우미는 전국적으로 약 3천명 정도. 도우미와 행사를 연결시키는 에이전트사만 3백여업체에 이른다.
도우미라는 직업이 갖는 매력은 의외로 많다. 우선 직업을 갖기 위해 투자하는 기간이 짧다. 일반 컴퓨터 학원의 경우 보통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려야 수료하지만 도우미학원은 불과 2,3개월. 뿐만아니라 학원을 다니는 도중에도 행사에 참여해 뛸 수 있다.
하루 평균 7만∼15만원에 이르는 높은 수입도 큰 매력.
도우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도우미센터 김명진원장(02―542―2100)은 『외모가 제일 항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도우미는 「말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빼어난 미모보다는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이 더 유리하다는게 그의 설명. 김원장의 도움말을 들어보자.
▼자격 조건〓키 1m60 이상. 늘 웃는 표정을 연출할 수 있는 만 20세 정도의 젊은 여성. 건강한 체력도 필수. 지방 출장이 잦고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는 고된 직업이기 때문. 여기에 성실성을 갖추지 않으면 전문 도우미로 성공하기 어렵다.
▼학원교육〓2,3개월간 메이크업 워킹 화술 등 기초 과정을 마친 후 자기PR 발음 음성 멘트작성 등 심화학습을 받는다. 수강료는 한달에 40만원정도.
▼활동〓주로 교육을 받은 학원이나 알선 에이전트에 속해 활동한다. 경력이 쌓이면 행사를 준비하는 곳에서 직접 연락을 주고 받는 프리랜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