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11시20분경 서울 중구 을지로1가 프레지던트호텔 27층에서 투숙객 金南植(김남식·37·노동·서울 강동구 성내3동)씨가 지폐 수천장과 유인물을 시청 앞 광장쪽으로 뿌리면서 투신자살하겠다고 50여분간 소동을 벌였다.
김씨가 돈을 뿌리자 행인들이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우려고 한꺼번에 몰려들고 이곳을 지나던 운전자들도 돈을 주우려고 멈춰서거나 이 광경을 구경하기 위해 서행하는 바람에 주변 교통이 1시간여동안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이 호텔 객실계장 金濟永(김제영·40)씨는 『어젯밤 2708호에 투숙한 김씨가 객실청소시간을 이용, 시청쪽으로 창문이 난 2718호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밖으로 돈을 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자들이 김씨의 하소연을 들어주겠다며 설득하는 틈에 낮12시10분경 객실로 들어가 김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지폐는 행인들이 대부분 가져가버려 김씨가 뿌렸다고 주장하는 4백만원(1만원권 70장, 1천원권 3천3백장)중 8만원밖에 수거하지 못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정치인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아먹어 분개하고 있던 중에 내가 알고 있던 중소건설업체 4개가 부도나는 것을 보고 신혼 첫날밤을 보낸 프레지던트 호텔에 투숙해 돈을 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자필로 쓴 유인물 가운데 「기업을 도산케 하는 정치인들은 물러가라」 「대통령이 되면 몇천억, 국회의원이 되면 몇백억, 고위공직자는 몇십억,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망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점으로 미뤄 김씨가 현실정치에 대한 불만때문에 이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부인(32) 및 1남1녀와 함께 1천7백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주거침입(방실침입)과 도로교통법위반(교통혼잡유발)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