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女직원 『내 이름은 가짜』…운전자 성희롱잦아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한국도로공사가 여직원에 한해 가명 사용을 허용하는 「자구책」을 시행,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공은 일부 운전자들이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내는 짧은 틈을 타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건네거나 사무실로 전화까지 하는 등 파렴치한 언행을 보여 비상대책을 강구한 것이다. 도공은 지난달 중순 사내에 「여직원에 한해 가명을 써도 좋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톨게이트가 설치된 전국 18개 노선 1백22개 영업소에 근무하는 1천여 여직원이 도공의 보호대상. 도공측에 따르면 파렴치한 운전자들은 통행료를 징수하는 여직원의 명찰을 보고, 「씨」라고 부른 뒤 은근한 말투로 『시집갔어요』 『차나 한잔 합시다』는 말로 수작을 걸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몇몇 운전자들은 여직원의 이름을 외워두었다가 이 직원이 근무하는 영업소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거나, 심지어 편지를 보내 『데이트나 하자』고 추근대기까지 해 가명 명찰을 달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도공 李勝宇(이승우)과장은 『사탕 초콜릿 껌을 주거나 삐삐번호 메모를 남겨두기도 한다』며 『친절한 자세로 대하면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엉뚱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과장은 특정 구간을 출퇴근하는 사람 가운데는 과자류가 아닌 값비싼 물건을 주는 수법으로 환심을 사려는 수작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명 허용」 이후 서서울영업소의 경우 한달 사이 여직원 24명중 15명이 가명을 적은 명패를 부스 외벽에 걸고 근무하는 등 70% 이상이 가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발안영업소 李鉉官(이현관)소장은 『지난 23일부터 12명의 여직원중 10명이 가명 명찰을 달고 있다』며 『가명을 대고 바꿔달라는 전화는 단호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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