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제임스 골웨이,플루트大家의 풍만한 선율 선보여

  • 입력 1997년 5월 30일 07시 55분


제임스 골웨이의 플루트음색은 풍만하다. 장 피에르 랑팔이나 막상스 라뤼의 목가풍 연주가 얇은 빵위에 몇점의 토핑만을 얹은 이탈리아식 「원조」피자를 연상케 한다면, 골웨이의 연주는 두꺼운 빵에 질펀하게 토핑한 미국식 피자를 연상케 한다. 가장 희미한 피아니시모에서도 그의 음색은 도톰한 볼륨감을 잃지 않는다. 처음 그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플루트소리가 저렇게 클 수 있을까』라며 놀란다. 물리적 수치적인 음량뿐 아니라 독특한 음색이 자아내는 풍요감의 효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개성은 큰 음량과 부피감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장하게 굽이치다가 순간 파르르 떠는 다양한 비브라토의 표정, 가늘게 굵게 자유자재로 뽑아내는 호흡의 묘미 등 실로 다채롭다. 팝 멜로디 하나를 연주하더라도 누구보다 달콤하게 들린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팬이 많은 골웨이는 오랫동안 대곡 녹음을 피한 채 소품 등 가벼운 레퍼토리 녹음에 치중해왔다. 음악팬들의 불만이 귀에 닿았던 모양. 그가 가장 중요한 플루트 레퍼토리들에 재도전했다. 최근 RCA레드실 레이블로 발매된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집」,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집」이다. 모차르트의 협주곡 음반에는 네빌 마리너 지휘, 성 마틴 인 더 필드 아카데미 반주로 협주곡 1,2번 및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마리사 로블즈 하프)이 담겨 있다. 바흐 소나타음반에는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첼로 등이 부가된 세곡의 「트리오 소나타」와 무반주 플루트 파르티타 a단조 등이 실려 있다. 양쪽 모두 골웨이가 여러번에 걸쳐 녹음했으며 이미 여러차례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려놓았던 작품이다. 새로울 것은 없는 곡목들이지만 단순한 옛 레퍼토리의 반복이라면 대가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터이다. 두개의 새 앨범에서 그는 특유의 원숙미 넘치는 플루트 솜씨를 보여준다. 무반주로 펼쳐지는 파르티타 a단조에서는 악보의 지시나 호흡에 얽매이지 않고 천의무봉 펼쳐지는 그의 독특한 조형감각이 매력. 「알레망드」에서 각 마디의 첫박자를 지긋이 눌러주는 표정이나 「부레」에서 약동하듯 긴 음폭을 넘나드는 화려한 기교는 대중성의 유무를 떠나 그가 이 시대의 진정한 대가임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플루트음악에 낯선 사람들에게는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권한다. 하늘의 평화와 같은 순수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유윤종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