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야…」등 무대위 적나라한 여자의 性 표현

  • 입력 1997년 5월 30일 07시 55분


외설연극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여배우들이 옷을 벗기는 커녕 짧은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다리 한번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성의 섹스를 정면으로 다룬 연극 두 편이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나는 이혼한 여성이 성적 욕구 때문에 재혼할 수밖에 없음을 담은 작품. 또 하나는 아내가 똑같은 것을 무기로 남편을 「요리」한다는 내용. 『이혼할 때 가장 아쉬운 건 뭐였나요』(상담소장) 『섹스요. 이혼법정에서 돌아서 나오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끝났구나…』(손님) 서울 정보소극장(02―762―0010)에서 공연중인 극단 이다의 「이혼해야 재혼하지」. 요조숙녀 배출지로 유명한 여학교를 나온 할머니가 오랜 독수공방 끝에 「섹스 치매」에 걸린다든가, 재혼한 주인공이 자신을 씨받이로 여기는 남편에게 반발하는 장면도 있다. 「토종 암탉시리즈」1탄으로 마련된 이 연극은 주변 취재를 통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관객중 주부층은 이해한다는 듯 깔깔 웃음을 터뜨리지만 남자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표정을, 처녀들은 망측하다는 반응을 보여 대조적이다. 작가 엄인희씨는 『여성의 성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이 연극이 처음일 것』이라며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는 억압할 수 없음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엄씨와 극단은 암탉시리즈 2탄으로 고된 회사생활이 「고개숙인 남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여자의 법정투쟁을 그린 「생과부 위자료」를 7월부터 공연할 예정이다. 대학로극장(02―747―2090)에서 선보이는 「평화씨!」. 「만약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안한다면?」 이라는 도발적 선전문구가 눈길을 잡아끈다. 전쟁질만 일삼는 남편들을 평화협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아테네 여자들이 「섹스 사보타주(태업)」를 벌인다는 고대그리스극 「류시스트라테」가 원전. 희곡 연출을 맡은 이상우씨는 2천4백년전의 이 작품을 1997년의 분단 한국에 대입, 『만일 남북한 여자들이 모두 「태업」을 벌인다면 전쟁을 막고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진정한 통일은 권력투쟁과 적대감 정복욕에 기초한 남성적 방식이 아닌 사랑 화해 포용 등 「여성성」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 주제. 「생각은 깊게, 표현은 경쾌하게」를 주장하는 극단 차이무의 작품답게 야할 수도 있는 내용을 산뜻하게 펼치고 있다. 〈김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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