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은 몇번일까. 상식퀴즈에서라면 당연히 6번 「비창」이다.
그런데 KBS교향악단이 차이코프스키의 「7번교향곡 장조」를연주하겠다고나섰다. 6월5일오후8시 KBS홀. 원경수씨(경원대 교수)가 지휘봉을 잡는다. 「7번 교향곡」외에 이경숙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피아노협연으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3번 장조, 「슬라브 행진곡」이 곁들여진다.
귀가 밝은 음악팬들은 이날 연주되는 「7번 교향곡」과 피아노협주곡3번의 조(調)가 같다는데 주목할 것이다.
작품에 얽힌 사실은 이렇다.
차이코프스키는 「비창」작곡중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 교향곡을 작곡중 마음에 들지 않아 찢어버렸다. 하지만 다시 새 작품에 착수했고 이번 것은 마음에 든다」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새 작품」이 바로 「비창」. 그러나 그가 「찢어버렸다」고 밝힌 작품은 사실은 폐기되지 않은 채 여러 작품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특히 제 1악장은 가필을 거쳐 1개 악장으로 된 「피아노협주곡 3번」으로 재탄생됐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진 작품을 다시 한데 모으기로 결정한 사람이 있었다. 러시아의 음악학자 세미온 보가티리예프다. 그는 52년 철저한 작품 추적과 고증을 거쳐 차이코프스키의 장조 교향곡을 복원, 「교향곡 제7번」으로 발표했다. 이 작품은 명지휘자 유진 오먼디가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을 지휘, 음반으로 내놓기도 했다.
콘서트는 지휘자 원경수씨의 자세한 해설로 진행된다. 망각에서 부활, 재조명에 이르는 과정을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갈 예정.
같은 작품이 다르게 편곡, 발표된 「피아노협주곡 3번」도 관심거리다. 이곡은 활발한 러시아무곡풍의 제2주제, 화려한 카덴차 등 개성 덕에 최근 구미에서도 활발한 재평가작업을 거쳐 인기를 모으고 있다.
미발표작품이 후세의 추적연구로 복원돼 발표된 교향곡의 예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7번 외에도 말러의 교향곡 10번, 베토벤의 교향곡 10번 등을 꼽을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를 포함한 3곡 모두 「작곡가 본래의 개성과 거리가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점차 활발히 연주되고 있는 추세다.
〈유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