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4백원에서 4백30원으로 오른 뒤부터 10원짜리 동전이 「귀하신 몸」이 됐다. 버스토큰 매표소나 버스 안에서 10원짜리 동전 때문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
길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잘 줍지 않을만큼 천대받던 10원짜리 동전. 과연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 것일까.
서울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매표소와 요금통에 매일 10원짜리 동전 1천7백만개를 공급해야 별 문제 없이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현금승차객에게 거슬러줄 6백만개, 토큰판매때 사용될 1천1백만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원짜리 동전은 전국에 40억개가 나가 있으며 서울에는 10억개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상으로는 버스요금 거스름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분량이다. 그러나 은행에 가서도 10원짜리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 많은 10원 동전은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먼저 집집마다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돼지저금통이 범인이다. 학생과 직장인들의 책상서랍속과 곳곳의 분수대 바닥에도 10원짜리가 꽤 숨어있다.
10원짜리가 가장 많이 모이면서 요긴하게 쓰이는 곳은 동네 노인정이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기는 화투놀이에서 대부분 10원짜리 판돈이 사용된다.
심심풀이 화투놀이를 위해 10원짜리로만 수천원에서 몇만원까지 갖고 있는 노인들도 흔하다.
서울에 있는 1천8백여곳 노인정에 등록된 노인만도 10만7천여명. 노인정에 꽤 많은 10원짜리 동전이 잠겨있는 게 분명하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