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젊음이 몰린다…영화보러 日 원정도 불사

  • 입력 1997년 6월 6일 09시 43분


14일 오후 5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사카 우메다의 피카디리극장 앞. 다음날 개봉되는 「에바」(에반게리온의 애칭)를 먼저 보기 위해 밤새워 기다리겠다는 관람객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지난 3월16일 밤, 만화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 젊은이가 PC통신에 띄운 감상기의 앞부분. 조회수는 3천회에 육박하고 있다. 「애니마니아(애니메이션과 마니아의 합성어)」. 만화를 밥보다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 만화 갈증을 이기지 못해 「신사 관람단」을 짜서 일본을 간다. 비디오테이프로 나온 일본의 최신 「명작」들을 청계천과 회현동 상가에서 구해보는 것은 기본이다.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 PC통신 만화 동호인들을 비롯, 「애니마니아」의 증가 추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광적이지는 않더라도 「알라딘」 「노트르담의 꼽추」 등 디즈니만화영화에 몰려든 사람은 아이보다 어른이 더 많을 정도였다. 이들은 왜 만화에 빠져드는가. 만화평론가 한창완씨(세종대 강사)는 「단순미와 인간미에 대한 갈증」으로 풀이한다. 정보의 홍수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감성적으로 편한 공간을 찾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 즐겨보던 환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통속적인 주제, 인간적인 주인공을 단순한 선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이 그런 갈증을 풀어준다는 얘기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널리 퍼진 유아 회귀 본능도 만화 전성시대의 한 원인이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피터팬 신드롬」은 TV드라마와 만화를 통해 전염병처럼 번졌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처가 덕에 편히 살려는 「온달 콤플렉스」, 못됐다고 해도 상관없으니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는 「팥쥐 콤플렉스」같은 우리네 전통적인 감성구조와도 만화는 잘 맞는다. 특히 젊은 애니마니아의 증가추세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애니메이션의 「마력」이 영상을 선호하는 신세대의 특성 및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개성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씨는 특히 최근에는 일본의 오타쿠와 같은 능동적 애니마니아 세력들이 등장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타쿠는 특정 작가와 작품을 광적으로 좋아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비판적 자세로 제작까지 겸하는 마니아층. 이같은 애니메이션 붐은 산업과도 연관되는 추세다. 「애니멕스포(Anim Expo)」 「애니타운 페스티벌」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동아―LG국제만화대전」 등 국제규모의 만화축제가 7∼9월 잇따라 마련된다. 대기업에서도 7월에 개봉될 「전사 라이안」을 지원한 쌍용정보통신을 비롯, 제이콤 삼성영상사업단 동양그룹 등의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또 지난 90년 개설된 공주전문대의 만화예술과를 필두로 세종대 계원조형예술전문대 등 전국 11개대학에서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신설돼 재능을 갖춘 애니마니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몰려드는 중이다. 한씨는 『올해는 애니메이션이 영상산업의 총아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기억될 만큼 활발한 붐이 일고 있다』면서 『애니마니아로 불리는 젊은 인력의 발굴과 지원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애니메이션의 앞날은 환하게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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