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구박과 야단을 피해 만화가게로 쫓아갔던 추억처럼 30년의 세월을 지나온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 또한 천덕꾸러기 대접속에 힘겹게 이어져왔다.
한국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67년 제작된 「홍길동」. 신동헌 감독이 동생 신동우 화백의 연재만화를 극장용으로 만든 이작품은 대한극장에서 개봉 4일만에 10만여관객을 모으는데 성공을 거뒀다.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안방극장은 일본의 로봇만화 「마징가 Z」에 의해 점령당했다. 이를 국내 버전으로 바꿔놓은 것이 76년 김청기감독의 「로보트 태권V」.
그러나 68년 지금은 없어진 TV방송사 TBC가 일본과의 합작을 명분으로 「황금박쥐」 「요괴인간」의 하청작업을 수주받은 이래 지금껏 하청구조가 이어져왔다. 이후 우리 손에 의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역수입해 방영하는 기현상이 지금도 계속되는 구조적 맹점을 지니게 된다. 「은하철도999」가 대표적 사례.
그나마 80년대 들어 「떠돌이 까치」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등 TV애니메이션 제작붐이 일면서 애니메이션계의 잠재력이 활로를 찾았으며 이에 힘입어 90년대 들어 「블루 시걸」 「아마게돈」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도 활기를 찾는다. 현재 「난중일기」와 「전사 라이안」이 7월 개봉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중이다.
외형상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애니메이션.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너무 서글프다. 최고의 하청제작국이자 최악의 자체 제작국이라는 구조가 아직도 남은 탓이다.
최근 젊은층의 애니메이션 열기 및 대기업의 자본참여에 힘입어 애니메이션 르네상스를 맞고 있지만 일본에 기울어진 분위기를 바로세우기와 작품기획 및 제작관리에서의 질적 향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