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문화」.
현정부 출범 전인 지난 92년 문화예술계를 풍미했던 유행어다. 문화예산이 정부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빗댄 말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영삼 당시 민자당대통령후보는 문화의 비중을 1%로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김후보가 대통령이 되면서 「문화예산 1%」 약속에 거는 기대는 컸다. 국가 정책에서 문화가 「서자」 취급을 면하는 상징으로 삼고 싶어했다.
최근 문화계의 소박한 바람은 무참하게 깨졌다. 문화체육부는 재정경제원에 내년도 예산으로 1조4백억원을 신청했다. 이중 체육 청소년 부문을 제외한 순수 문화예산은 6천5백억원선.
올해 정부예산 71조4천여억원을 기준삼더라도 문화예산 1% 확보는 물건너간 셈. 심의단계에서 요구액의 30% 이상이 뭉텅 잘려나가는 관례를 감안하면 내년 문화예산도 기껏해야 0.6%대가 된다.
문체부 예산담당자는 『빠듯한 나라살림 형편을 뻔히 아는 처지에 무작정 「문화 몫」만 챙기기가 어렵다. 그래도 이 정부는 문화를 잘 대접해 준 축에 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예산은 김대통령 취임 이후 성장세를 유지했다. 93년 1천7백69억원으로 정부예산(40조7천6백45억원)의 0.43%에 머물렀던 것이 94∼95년의 0.53%, 96년 0.56%에 이어 97년에는 0.62%로 올랐다.
그래도 아쉬움이 크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쓰임새중 1백분의 1을 문화로 돌릴 여유가 없는가. 예산확보 과정에서 문체부 역대 간부들도 최선을 다했는지 자성해볼 일이다.
서울 세종로 문체부 청사마당에는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는 자막과 함께 21세기까지 남은 날짜수를 알리는 전광판이 켜져 있다. 과연 우리에게 문화의 세기는 오고 있는가.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