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15번째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 탈고

  • 입력 1997년 6월 12일 09시 33분


여든 셋의 노시인 미당 서정주선생. 그는 박재삼시인이 흙에 묻히던 지난 10일 여행짐을 꾸리고있었다. 두 아들이있는 미국행. 그러나 즐거운 나들이는 아니었다. 『60여년간 시를 쓸 때마다 흥분했던 심장의 거죽이 건조해져서 치료하러가는 길』이다. 미당은 『사실상의사형선고지. 하지만 사형집행인은 나야. 섭생을 잘하면 6,7년은 잘 살 수 있대』라고 담담히 말했다. 미당은 최근 15번째 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 원고를 시와 시학사에 넘겼다. 고향과 유년기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한 44편의 시들이다. 『내 나이가 돼보라구. 어릴 적 뛰놀던 고향 질마재, 그 시절이 얼마나 그리운지…』 출간은 가을로 예정돼 있지만 미당은 『그때까지 돌아올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얼마전에는 서울대에서 오랜만에 젊은이들을 두고 두시간짜리 특별강의를 했다. 『한 아이가 요즘은 어떻게 시를 쓰시느냐고 묻지않아. 일상생활이 시라고 답했어. 젊어서 고생시킨 안사람이 요즘 자꾸 정신이 깜박깜박해서 내가 난초에 물도 주고 옷도 찾아입고…. 아내 불쌍한 것을 이제야 알아서 죄닦음을 하는거지』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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