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문과 김윤식교수가 고 김동리선생의 2주기인 17일 평전 「김동리와 그의 시대」 3부작을 완결, 민음사에서 펴낸다. 3권 「사반과의 대화」는 지금까지 정설처럼 굳어온 「김동리 대표작〓을화」라는 공식을 깨고 「사반의 십자가」(56년작)를 대표작으로 내세워 주목받고 있다.
김동리가 초기 단편 「무녀도」를 장편화한 「을화」(78년작)는 무당집안의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대립을 다룬 글. 우리 무속정서를 소설화, 명실공히 그의 대표작으로 노벨상 후보로도 추천되곤 했다. 그러나 김교수는 이 글에 대해 『소설의 한계를 넘은 「서사무가」일 뿐』이라며 그 간의 평가를 무색케 했다.
김교수가 첫 손으로 꼽은 「사반의 십자가」는 예수의 임종 당시 왼편의 십자가에 매달렸던 좌도(左盜) 사반의 이야기. 사반은 동리가 지어낸 성서 외적 인물로 천국의 약속보다 현세에서의 혁명을 꿈꿨다.
김교수에 따르면 사반은 동리의 단편 「황토기」에 나오는 좌절한 청년 장사 억쇠의 변형. 천주교도였던 동리는 「황토기」(39년작)를 쓸 무렵부터 「일제〓로마」 「조선민족〓유대족」이라는 등식을 새겼으며 이 지배구조를 깰 메시아를 꿈꿔왔다. 그러나 그가 소설의 인물로 결국 선택한 것은 「삶의 좌절이 뼈에 사무쳐 죽음의 순간에도 끝끝내 구원 받기를 거부한 좌도」였다.
그러나 「황토기」 이후 십수년의 구상 끝에 써낸 좌도의 이야기는 싸늘한 평가를 받는다. 김교수는 「이후 십오년 동안 그의 삶은 명동 명천옥에서의 술타령과 도박, 문학단체 감투놀이와 사랑타령이었다. 창작욕이 고갈돼 버린 것이다」고 쓰고 있다.
이런 삶에 지친 김동리는 경기 송추의 눈덮인 계곡에서 사반의 혼령을 만나 나눈 기이한 대화를 고백하곤 했다. 이번 평전 완결부에서 김교수는 동리의 혼령을 불러내 「을화」의 한계와 「사반의 십자가」의 문제의식을 평가하고 있다. 김교수는 이미 평전 첫 권을 소설처럼 기술, 화제를 뿌린 바 있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