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화제의 책]「…땡이의 그림일기」

  • 입력 1997년 6월 14일 07시 44분


아이가 되지 않아도 그 눈에 비친 세상 모습을 대략은 짐작할 수 있다. 말투나 표정 눈초리, 아이가 유달리 오래 간직하는 특정의 기억들을 통해 그 마음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나오기 때문. 그 세상을 어른의 손으로 모사(模寫)하면 어떤 빛이 나올까. 화랑디자인이 펴낸 「아빠가 쓰고 엄마가 그린 땡이의 그림일기」(김광연 글 안정숙 그림). 다섯살배기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의 마음을 읽어낸,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이야기다. 『내가 아빠에게 도둑도 잡아주고 교통정리도 해주는 고마운 경찰아저씨와 왜 싸우느냐고 물었다. 아빠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경찰 아저씨 중에서도 나쁜 아저씨들이 있고, 그런 사람 하고 싸웠다고 했다』 (「경찰 아저씨」) 누구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한다. 이해관계와 계산에 얽매이지 않은 단순한 시선이 때로는 수도승들의 「죽비」처럼 아프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다른 아저씨들이 증인 눈좀 뜨세요 한다. 아빠에게 물었다. 「저 할아버지 왜 잠 못자게 해」』 (「졸음」) 서양 중세속담에 「책 아니면 아이」라고 했던가. 두가지중 한가지라도 세상에 내보내면 삶이 더 크고 넓어진다는 뜻이다. 책을 만든 두사람은 두가지를 다 남겼을 뿐 아니라 두가지를 하나로 묶어놓기 까지 했다. (9,000원)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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