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잘 먹고 이렇게 잘 쓰고 잘 입고 많이 버리고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일까. 우리들이 이렇게 풍요로운 생활과 거침없는 소비로 자연을 죽이며 사는 것이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이러한 생활이 몰고 올 미래를 우리는 과연 낙관할 수 있을까. 그나마 푸른 저 하늘은 언제까지 푸를 것이며 물은, 공기는 언제까지 안전할까. 생각하면 두려움은 끊임없지만 우리들은 벼랑을 향해 달리는 열차에서 아무도 내리려 하지않는다.
권정생 선생님은 동화와 소설과 동시로, 파괴되어가고 버려지고 소외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는 그러나 한없이 소중한 것들에 끝없는 연민의 눈길로 우리들의 가슴에서 식어가는 따스한 훈김을 되살려주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권선생님의 첫 산문집인데 선생님의 사심 없는 애정과 따스한 사랑의 손길이 읽는 이의 살에 와 닿는 것 같은 글들로 가득 차 있다. 선생님이 태어나 유랑 걸식 끝에 경상도 두메 교회 문간방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짧은 글속에 손에 잡힐 듯 그려졌다. 식민지시대와 전쟁과 굶주림을 거쳐 교회의 종지기로 살며 겪었던 정겹고 눈물겹던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다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이야기는, 우리들의 하느님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의 글들은 우리들을 울먹이게 한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다 인생 말년에 버림받은 농촌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다.
이 산문집은 옛날 말이 되어버린 것 같은 슬픔 눈물 가련함 불쌍함 인정 정겨움 가난함 느림 이러한 말들을 광란 풍요 광포 질주 탐욕 이러한 말들과 충돌하게 한다. 당신들이 숨쉬고 사는 것이 지금 안전하며 행복한가. 인간들만 호의호식하면 그만인가. 그가 묻고 또 묻는다. 「새벽기도가 끝나 모두 돌아가고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비칠 때, 교회 안을 살펴보면 군데군데 마룻바닥에 눈물자국이 얼룩져 있고 그 눈물은 모두 얼어 있었다」는 가난한 옛 교회당 이야기는 나를 울게 한다. 눈물로 울게 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보다 더한 그 어떤 것으로. 맑은 햇빛과 언 눈물방울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러한 삶의 절절함이 네 가슴에 지금도 있는가 하고 이 책은 두려운 눈으로 묻는다.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