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일부 남자 고교생만의 문제에서 최근에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물론 여학생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러 학생이 한 학생을 지속적이고 집단적으로 폭행하고 있고 폭행을 당한 학생도 자신보다 약한 학생을 상대로 제2의 폭력을 휘두름으로써 폭력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2일 담뱃갑 밑면에 적힌 숫자와 같은 출석번호를 가진 같은 반 급우를 골라 집단폭행해 온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입건된 전모군(13·서울 D중 1년) 등 중학생 4명.
이들은 경찰에서 『심심해서 재미삼아 했으며 교내에서 이같은 방식의 폭행이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 학생들이 폭력을 「습관적으로 재미있게」저지르고 있는 현실을 털어놓았다.
쇠파이프 등의 흉기를 사용하는 등 폭력을 휘두르는 방법도 과거보다 한층 잔혹해지고 흉포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 하남시의 모여고 1학년 윤모양(16)은 학교 급우들 4명에게 쇠파이프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윤양은 이후 학교 교사들에게 폭행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계속적으로 보복 폭행을 당하다 끝내 올 초 다른 학교로 전학한 뒤 폭행후유증으로 정신과치료까지 받았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더욱 심해 거의 모든 학교에 1개 이상의 폭력서클이 있을 정도로 폭력조직의 결성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정보매체의 발달로 학생들이 폭력문화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모래시계」 등 인기 TV프로그램과 일본청소년 만화를 통한 폭력조직의 「경쟁적 미화」도 청소년들의 폭력화를 크게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학교내 폭력조직을 결성해 폭력을 휘둘러온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서울 S중 3학년 신모군(15) 등 3개 중학교 학생 26명은 경찰에서 모두 일본 만화책에 나오는 폭력조직의 이름을 따 「일진회」 「MS」라는 이름의 폭력서클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폭력 방법도 일본 만화책이나 홍콩의 폭력 비디오영화 등에서 본 것을 흉내냈다고 말했다.
80년대에 태어난 현재의 중고생들이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내심이 없을 뿐 아니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도 학교폭력의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선학교 교사들은 지금의 중고생들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생기면 상대가 교사일지라도 이를 참지 못하고 즉각 반발을 행동으로 옮긴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내에서 집단적인 폭행이 벌어지더라도 이를 목격한 학생중 아무도 자신에게 돌아올 보복이 무서워 교사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 실정이라는 것.
청소년폭력예방재단 朴沃植(박옥식·36)사무국장은 『학교폭력에 대해 무조건 감추려고만 하는 일선학교의 잘못된 관행도 학생들로 하여금 지금과 같은 폭력 불감증을 갖도록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현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