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은 전기를, 벨은 전화를 발명했다. 가장 먼저 우주선을 쏘아올린 나라는 소련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밝혀낸 이는 영국의 뉴턴.
첨단과학은 서양사람들의 전유물인가. 우리네 조상은 정녕 과학에 문외한이었던가. 그렇지 않다. 금속활자 해시계 측우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는 생활속에서 살아 숨쉬는 전통과학이 있었다.
보림이 펴낸 전통과학시리즈(전3권). 우리 땅 우리 기후와 함께 호흡해 온 선조들의 과학정신이 담겨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발명품」을 매개로 어린이 독자들을 오묘한 과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각권의 주제는 집짓기 옷감짜기 배무이(배만들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어른의 시각으로 설명했다간 「과학 혐오증」만 자극하기에 딱 알맞은 내용이다.
필자인 강영환(울산대) 김경옥(배화여전) 최완기교수(이화여대)도 이런 우려를 가슴깊이 새겼다. 눈높이를 초등학교 4∼6학년에 맞춰 요점 위주로 간결하게 설명했다. 한컷 한컷 정성껏 그려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이 학습효과를 높이는 보조교사 역할을 한다.
우선 옷감짜기. 풀이나 가죽으로 옷을 만들던 원시시대에서 시작해 삼베 비단 무명에 이르기까지 의복의 변천사가 넉넉한 색감의 그림을 곁들여 펼쳐진다. 화학염료가 없던 시절에 우리민족의 멋감각은 꽃 풀잎 열매 나무껍질 따위를 이용해 빨강 노랑 남색의 조화를 연출해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솜다듬기, 실만들기, 씨실과 날실 준비하기, 베짜기, 물들이기, 무늬놓기. 솜으로 옷감을 짜고 아름다운 색깔과 무늬를 새기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돼 있다.
배무이 편에서는 배의 역사와 제작과정, 쓰임새에 따른 배의 종류등을 소개한다. 통나무배 나룻배 고기잡이배 짐배 무역선 싸움배…. 배가 어떤 원리로 물에 뜨고 바람과 파도를 헤쳐나가는지 복잡한 선박의 구조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온돌과 마루가 한지붕 아래 공존하도록 설계된 한옥의 이치도 따지고 보면 이 땅의 날씨와 무관치 않다. 시대 지역 신분에 따라 구조와 모양이 달라지는 가옥의 모습을 통해 건축양식의 변천사까지도 어렴풋하나마 터득하게 된다.
우리 민족도 누구 못지않은 과학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는 확인과 자부심. 과학에 대한 지적 충격은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을 터이다. 각권 9,000원.
〈박원재기자〉▼ 전문가 의견
과학도서 기획자인 김동광씨(과학세대 대표)는 『책 만드는 이의 고집과 끈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작』이라며 『철저하고 과학적인 고증, 정확한 용어구사, 옛사람들의 생활풍속 재현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김씨는 『번역본 그림책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림동화작가 강우현씨도 『당연히 나와야 할 책이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강씨는 『사실적인 그림과 충분한 설명이 조화를 이룬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일하는 얼굴을 좀더 밝은 표정으로 그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화작가 김서정씨는 『애써 만든 흔적이 뚜렷해 호감이 갔다』며 『한국적인 정서를 물씬 풍기는 그림도 정겨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보를 많이 담는데 주력한 때문인지 전통과학의 일관된 맥을 발견키 어려운 점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