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에세이]공지영/「우리속에 있는 男神들」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진 산호다 볼린 지음/또 하나의 문화 펴냄) 관심이 온통 밖의 것으로 쏠렸던 한 시대가 지나가자 많은 이들이 시선을 자기 내부로 돌리게 되었다. 어떤 이는 정신적 수련으로, 혹 어떤 이는 육체적 쾌락으로…. 나 역시 그 과정들을 겪어내면서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을 읽었다. 저자인 볼린은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이라는 책으로 이미 잘 알려진 융학파의 정신분석학자이다. 그녀는 성공한 남성들이 사실은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간파하였다. 그들은 매일 술을 마시거나 과도하게 일하거나 텔레비전 앞에서 자신을 마비시키며 앓고 있는 것이다. 하긴 사회는 남성들에게 필요 없는 부분을 희생하면서 성공할 것을 요구하는데, 필요 없는 부분이란 바로 정서적이고 부드러우며 감정적으로 상처입기 쉬운 감수성들이다. 가부장제 권위와 야망에 순종하는 자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으니까. 이 대표적 유형이 아마 제우스를 닮은 남성들일 것이다. 제우스는 「사회적 힘이 정의를 만든다」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그는 성공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의 애정과 시간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야 하고 필히 자신 속에 있는 부드러운 요소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우스 집안에서는 주로 감성과는 거리가 먼 아들들이 총애를 받는다. 이는 그리스 이래로 합리와 이성이 세계를 지배해 왔다는 이야기인데, 그의 사상적 적자(嫡子)는 물론 아폴론이다. 그는 아버지를 이어 받아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아폴론적이지 못한 아들들은 그래서 그와 비교 당하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며 자라나는지….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우리의 문제를 통째로 해석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미 과다하게 돌출된 눈을 가졌던 우리가 내면으로 침잠해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읽고, 그를 바탕으로 다시 현실을 본다면 눈은 더 깊고 풍부해 지리라. 글쎄, 가끔 멈추어 서서 어린 아이처럼 나는 누구지, 대체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 거지, 묻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성공은 하나의 방편일 뿐, 저자의 말대로 「진정 해방되어야 할 여성은 모든 남성 속에 억압되어 있는 여성성」인지도 모르니까. 이는 비단 남성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공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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