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옆에서 맞아 죽어도 말리지 않겠습니까』
『일단 그래야죠. 내가 맞을 수가 있으니까』
지난 1일 밤11시 MBC 「PD수첩―학교폭력 비상구가 없다」는 중고등학교에서 넓고 깊게 퍼져 있는 폭력의 실상을 인터뷰와 사례를 통해 생생히 전달,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학교 폭력의 원인과 치유책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까지 덧붙인 총체적 접근이 돋보인 프로였다.
폭력에 대해 가해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전혀 다른 심리, 학교와 학부모들의 태도를 통해 우리사회에 만연된 극도의 이기주의, 인간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태도를 낱낱이 고발한 것도 눈에 띄었다.
『심하게 때리진 않았어요. 다른 애들도 그렇게 때렸는데…』
친구들에게 맞은 지 몇 시간 뒤 14층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학생에 대한 가해 학생의 말.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선 무감각이었다. 힘없는 병아리 한 마리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없는 동물적 학대를 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폭력에 대해 일반 학생들은 맞은 학생을 따돌리는 「왕따(왕 따돌림)」로 대처,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은 학생을 두둔하면 자신도 함께 맞을까봐 두려워하는 묘한 심리의 확산이다.
폭력발생에 대한 학교와 학부모의 반응이 엇갈리는 점도 충격적이었다. 집단 폭행을 당해 심각한 정신분열증세까지 겪고 있는 학생에 대해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다』며 자기 자녀만을 두둔하고 역성을 들었다. 더구나 학교는 문제 확산을 막기 위해 덮어두기에 급급하는 「비교육적 태도」로 일관했다.
「PD수첩」은 학교 폭력을 더 이상 학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도할 만큼 충분한 품과 공을 들였다.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사회적 문제점이 뒤엉켜 나타난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 치유책을 「단방약(單方藥)」처럼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프로 역시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내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