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출출한 4시 간식파티 『냠냠 짭짭』

  • 입력 1997년 7월 12일 08시 05분


서울 도화동에 있는 신원그룹빌딩 8층의 기획조정실. 조용하던 사무실이 오후 4시경이면 갑자기 왁자지껄해진다. 이사급의 「높은 분들」부터 새내기 막내 여직원까지 한데 모여 간식을 먹기 때문. 메뉴는 피자 만두 순대 등 날마다 바꾸는 것이 원칙. 평소에는 기조실 산하 여섯개 팀별로 따로 먹지만 어떤 날은 같은 층 식구들이 모여 피자 파티를 벌이기도 한다. 비용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비중에서 동전만 모아서 마련하기도 하고 지각한 사람이 내는 벌금과 사다리타기 등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이 회사 양정철과장은 『사실 직장인들은 오후 이맘때면 배도 출출하고 긴장감도 풀어져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간식시간은 배고픔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근무 분위기도 활기있게 바꾸어주고 임원부터 말단까지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치원생도 아닌 다 큰 어른들이 간식을 즐기는 풍경을 요즘 직장에서 흔히 보게 된다. 얼마전만해도 회사부근 분식점이나 스낵코너에서 따로따로 요기하는 정도였다면 요즘은 회사 사무실에서 부서단위로 내놓고 간식시간을 챙긴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점심은 12시, 저녁은 퇴근후 일찍 귀가해도 8시가 넘어서 먹는다. 따라서 허기도 덜고 담소도 나누는 간식시간은 회사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일부 회사에서는 간식시간을 정해놓거나 아예 전직원에게 가벼운 간식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우 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오후 4시경 직원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주고 있다. 퇴근시간이 늦은 백화점에서도 간식시간이 상례화돼 있다. 한국프뢰벨주식회사는 오후 3시를 티타임시간으로 정해놓고 각자 싸온 빵이나 떡 등을 나눠먹는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김은규씨(28)는 『어릴 때부터 군것질에 익숙한 신세대 직장인들에게 술자리 회식은 기피대상이지만 간식시간은 하루중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대형 오피스빌딩이 주변에 많은 백화점 스낵코너나 빵집 만두집 김밥집 등은 오후 4시경 점심때 못지않게 붐빈다. 현대백화점 홍보실 구정회씨는 『삼성동의 현대 무역센터점 지하1층 스낵 코너와 빵집에는 오후3,4시경이면 무역센터와 포스코 등 부근 회사의 여직원들이 떡볶이와 피자 등을 사기 위해 몰려든다』고 소개했다. 고려대부속 구로병원 영양과장 김경주씨는 『원래 간식이란 영양섭취뿐 아니라 기분전환의 요소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식은 다음 끼의 식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간식을 매일 먹으면 전체 칼로리 섭취량에서 간식분만큼을 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라면같은 식사대용품이나 빵과 떡 등 당질위주 간식보다는 과일이나 우유 등을 먹는 것이 낫다고 김과장은 조언했다. 〈고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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