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키드 북 포럼]「푸른문고」(푸른나무·13권)

  • 입력 1997년 7월 12일 08시 05분


사람과 까치를 저울 양쪽에 올려 놓는다. 누가 더 무거울까. 신기하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 사람과 까치의 무게가 똑같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히말라야 깊은 산에서 도를 닦는 수행자의 품으로 상처입은 까치가 날아든다. 뒤쫓아온 매는 먹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저는 살아있는 짐승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잡아 찢어 먹고 살아야 하는 매입니다. 까치의 처지가 안타깝겠지만 굶주리고 있는 제 생명도 딱하긴 마찬가지 아닙니까』 말문이 막힌 수행자는 까치의 무게만큼 제살을 베어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살을 올려놓아도 저울은 까치쪽으로만 기운다. 피가 철철 흐르는 온몸을 바치고 나서야 사람과 까치의 저울은 평형을 이룬다. 『까치야, 훨훨 날아가거라. 매야, 이제 내 몸을 쪼아 먹으렴』 이때 일어나는 대반전…. 푸른나무가 펴낸 「생명의 저울」(푸른문고 제13권)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제는 생명존중이 담긴 철학동화. 불교경전에 실려 있는 설화 14편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동화 형식으로 꾸몄다. 무릇 생명은 모두 소중하며 귀한 것과 하찮은 것의 구별이 따로 없다는 불가의 가르침이 잔잔한 감동으로 흐른다. 책읽기에 취미가 붙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자연과 환경의 가치에 대해 곰곰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불교 색채를 줄이기 위해 용어 선택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만큼 다른 종교를 믿는 독자라도 부담없이 대할 수 있다. 해외여행 기회가 부쩍 늘었지만 비행기로 한참을 가야 하는 외국은 여전히 호기심의 대상. 푸른문고 제1권 「다른나라 생활동화 모음」은 외국 어린이들의 속내를 가식없이 드러낸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스웨덴의 작가가 쓴 최신동화 17편을 실었다.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간혹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어린이의 내면을 진솔하게 묘사한 덕택에 「동심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실감케 된다. 프랑스의 「개한마리 갖고 싶어요」 편에는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 베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베니가 개 고양이 원숭이 앵무새를 키우자고 제안하자 엄마 아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개는 골칫거리야. 아무데나 침을 흘리고 시끄럽게 짖어대거든』 『고양이는 약삭빠른데다가 할퀴기까지 한단다.원숭이는 더럽고 버릇이 없지』 실망한 베니가 감기에 걸려 몸져 누웠다. 다음날 아침 열이 내렸지만 베니는 웃을 마음이 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야속하기만 하다. 『구구 구구구구…』 회색 비둘기가 빙그르르 몸을 돌리더니 한번 펄쩍 뛰고는 건너편 창문쪽으로 날아간다. 엄마의 말이 들려온다. 『베니야, 빵가루를 창문가에 뿌려놓자꾸나. 비둘기는 곧 네 친구가 될거야』 〈박원재 기자〉 ▼ 전문가의견 ▼ 번역전문가 최윤정씨는 불교설화에 대해 『읽는 이를 단번에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있다』며 『사람은 과연 동물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최씨는 『다른나라 생활동화 모음집도 드라마틱한 모험이나 사건전개는 없지만 아이들의 몸짓과 언어를 꾸밈없이 소개하고 있어 호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전영순씨도 『「생명의 저울」의 경우 심오한 주제를 쉽게 풀어쓴 덕택에 불경의 가르침을 거부감없이 전달하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전씨는 생활동화에 대해서도 『그또래 어린이들의 행동과 심리가 잘 드러나 있어 자신들의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씨는 『우화적인 요소를 가미해 재미와 감동을 두루 충족시킨 책』이라며 『다만 기획과정에서 순수 창작물을 배제한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 듯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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