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B중 김모교사(42)는 지난 3월 혼자 밤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환경미화를 하던 일을 잊지 못한다.
반 학생들이 모두 「학원에 가야 한다」 「집에 일이 있다」며 가버렸기 때문.
김교사는 『몇년전만해도 학생 10여명이 자발적으로 남아 작업을 하고나면 나중에 뒷손질만 했었는데 지금은 1,2명 남는게 고작』이라고 하소연했다.
반 전체를 위한 일에는 굳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
서울 S중 3학년 이모군(15)은 지난번 중간고사를 앞두고 수업시간에 노트필기를 안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사정을 해도 노트를 빌려주지 않았기 때문.
물론 노트를 빌려주지 않으려는 학생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네가 수업시간에 학원숙제 등 다른 공부를 할 때 나는 힘들게 필기한 노트인데 왜 빌려줘야 하느냐』는 것.
이같은 삭막한 교실풍경은 노트필기를 잘해놓은 학생이 노트를 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이 그의 가방을 통째로 변기속에 처박는 사건까지 일으킨다.
일선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은 「남을 위한 양보」나 「공동체를 위한 희생정신」이 크게 부족하다』고 혀를 찬다. 청소년 상담전문가들은 잠시만 눈을 돌리면 뒤처지는 무한경쟁의 입시교육이 청소년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 반찬을 펼쳐놓고 왁자지껄하게 식사하는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들은 모두 자기 책상에 앉아 혼자 밥을 먹는다.
「I세대」들의 자기중심주의는 가정에서부터 비롯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소자녀가정이 보편화하면서 부모들이 자녀를 「과보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아이들은 가정에서 마치 전권을 가진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양보」 「상부상조」 「협동」 「장유유서」 등의 미덕으로부터 멀어지게 됐다는 것.
YMCA 청소년쉼터 朴泰範(박태범)실장은 놀이문화의 변화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아이들은 축구나 딱지치기 술래잡기처럼 상대가 있어야 하는 놀이를 즐겼으나 80년대 아이들은 TV나 만화 컴퓨터오락처럼 혼자하는 놀이에 길들여져 있어 집단속에서 타협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러나 10대들의 이같은 개인주의 성향은 어려서부터 자아에 대한 개념이 일찍 형성돼 개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韓駿相(한준상)교수는 『공동의 선을 위해서 개성이 무조건 무시돼서도 안된다』면서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공동체의 존재의미에 대해 수긍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치영·박정훈·리명건기자〉
〈끝〉